“언젠가는 제가 윤여정 선생님을 스타워즈 은하계로 초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한국 배우 중 누구와 함께 일해보고 싶으냐 묻자, 영화 ‘미나리’(2021)의 정이삭 감독은 “윤여정 선생님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배우”라고 했다. “그분이 기사를 보고 정이삭이 늘 당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아시게 되면 좋겠습니다.”
한인 미국 이민자 가족 이야기를 담은 할리우드 영화 ‘미나리’로 주목받았던 정 감독이 스타워즈 시리즈 연출 참여를 계기로 17일 한국 언론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이달 초부터 매주 한 편씩 공개되고 있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의 스타워즈 파생 시리즈 ‘만달로리안’에서 시즌3의 에피소드 3 연출을 맡았다. 정 감독은 ‘미나리’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고 미 오스카 6부문 후보에 올라 배우 윤여정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겼다.
‘만달로리안’은 가장 미국적인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인 스타워즈의 적통을 잇는 디즈니+ 사상 최고 흥행 시리즈다. 정 감독은 “2019년 ‘미나리’를 한창 편집하던 때 저녁마다 ‘만달로리안’을 보며 빠져들었다”고 했다. “미국에선 시골 카페에도 만달로리안의 ‘그로구’(전설적 제다이 마스터 요다와 같은 종족의 아이 캐릭터) 인형이 있을 만큼 인기가 대단합니다. 저도 시골에서 자라며 언젠가 스타워즈 오리지널 영화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를 꿈꿨고요. 이 시리즈의 일부가 된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고 큰 영광입니다.”
최근 할리우드에선 유명 감독들이 OTT 시리즈 연출을 맡는 일이 드물지 않고, 대개 감독의 연출 특성을 감안해 적합한 에피소드를 맡긴다. 정 감독은 “시리즈 제작자가 ‘미나리’를 보고 나를 선택했다고 하더라. 드라마를 잘 살려야 하는 에피소드였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이 마스크를 벗지 않는 전투 종족이지만, 제가 연출한 에피소드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역시 연기할 때 눈이 보일 수 있도록 마스크의 눈 부분 유리 색깔을 옅게 조정해달라고 부탁했죠.”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스타일을 반영하면 좋다’는 제작진의 조언을 받고 정 감독은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을 생각했다. “그의 페이스 조절 스토리텔링 기법 등을 들여다보고 에피소드 안에 녹였지요.”
정 감독은 “미나리에 보내주신 한국 팬들의 커다란 성원에 늘 감사하고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영화감독으로서 저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항상 노력해왔어요. 한국의 관객들이 이번 시리즈도 즐겁게, 꼭 가족이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