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비올라 데이비스(57)와 마이클 조던(60), 벤 애플렉(50)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극장에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웃음).”
28일 새벽(한국 시각) 영화 ‘에어(Air)’의 개봉을 앞두고 열린 전 세계 온라인 기자회견. 배우 맷 데이먼(52)이 이렇게 말하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졌다. 비올라 데이비스는 2017년 영화 ‘펜스’로 미 아카데미·골든글로브·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던 명배우. 거기에 조던은 ‘농구 황제’, 애플렉은 ‘배트맨’의 스타 배우이니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농담이었다.
그의 말처럼 4월 5일 국내 개봉하는 ‘에어’는 1980~1990년대 전설적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일화에 바탕한 영화다. 애플렉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농구화 ‘에어 조던’을 만들었던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 역을 연기했고 감독도 직접 맡았다. 데이먼은 조던을 발탁한 나이키의 스카우터 ‘소니’ 역, 비올라 데이비스는 조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어머니 들로리스 역으로 출연했다. 데이비스는 조던이 어머니 역으로 직접 추천했다.
농구 황제의 탄생을 다뤘지만 역설적으로 이 영화에는 사실상 조던이 등장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뒷모습만 살짝 보여주거나 전화 목소리, 자료 화면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언급할 뿐이다. ‘조던 없는 조던 영화’라는 모험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 애플렉은 “영화를 위해 조던과 여러 차례 만났고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우리 삶에서 가장 겁나고(intimidating) 인상적(impressive)인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를 직접 등장시키기보다는 그의 이름과 일화들을 통해서 관객들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도 그는 “조던이 아닌 배우를 출연시킨 뒤 조던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영화를 망치는 확실한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어’는 ‘조던 없는 조던 영화’라는 역발상을 통해서 1980년대 스포츠 마케팅과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나이키의 과감한 승부수에 집중하는 미덕을 보인다. 이 때문에 경영학 교재처럼 ‘완벽한 과정보다는 완벽한 결과가 중요하다’ ‘옳은 일을 하면 돈은 저절로 벌게 된다’는 식으로 영화 챕터도 구분했다.
실제로 1984년 조던이 미 프로농구(NBA)에 데뷔하기 전까지만 해도 농구화 부문에서 나이키는 컨버스·아디다스 같은 경쟁 업체에 밀리는 후발 주자였다. 데이먼도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당시 나이키는 약체(underdog)에 가까웠다”면서 “조던과의 놀라운 계약 이전까지 이들은 이탈자(renegades)이자 아웃사이더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신인이었던 조던을 과감하게 발탁하고, 그를 모델로 하는 전용 농구화 ‘에어 조던’ 출시를 통해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1985년 출시 첫해에만 1억2600만달러(약 16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고, 지금까지 총매출은 50억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는 할리우드의 대표적 단짝 친구인 데이먼과 애플렉의 우정이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데이먼이 열 살, 애플렉이 여덟 살 때부터 동네 죽마고우였던 이들은 각본을 함께 쓰고 출연한 1997년 영화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나란히 받았다. 그 뒤에도 ‘도그마’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서 줄곧 호흡을 맞췄다. 이번 ‘에어’에서도 이들은 공동 제작·주연을 맡았다. 액션물 ‘제이슨 본’ 시리즈의 데이먼은 ‘운동을 싫어하는 스포츠 마케터’라는 극중 설정을 위해서 일부러 뱃살까지 찌웠다. 애플렉은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맷 데이먼을 존경한다”며 우정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