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 징수 요구가 나온 것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TV 시청 행태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KBS가 뉴스·시사 프로그램에서 보여온 지나친 편향성과 방만한 경영 등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의 목소리 때문에 불거졌다. 대통령실의 분리 징수 권고가 나온 국민 참여 토론 과정에선 KBS의 공정성 및 콘텐츠 경쟁력,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대통령실 권고안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이 담겨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수신료를 공영방송의 주요 재원으로 삼기에는 정당성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KBS 경영진이 공영방송의 역할과 성격에 관한 문제를 마치 방송 장악처럼 몰아가는 것은 꼼수”라고 말했다.
KBS는 지난해 경영 평가에서 118억원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KBS경영평가단은 “KBS는 지난해 4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며 “늘어난 제작비와 콘텐츠 경쟁력 저하 등에 원인이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더 참혹하다. 최근 KBS이사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올해 첫 석 달 동안 KBS는 당기손익 425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1분기 예산 결산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올 연말 당기손익 501억원 적자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범 KBS 이사는 “올 1분기로 계산했을 때 매일 하루 4억7000만원씩 손실을 보고 있는데 일반 주식회사 같으면 이렇게 적자 나는 회사, 경영 무능 회사에 주주들이 가만 있겠냐”며 “KBS의 주인인 국민들이 결국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KBS 전체 임직원 중 억대 고액 연봉자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작년 9월 KBS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KBS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은 4629명 중 2374명으로 전체의 51.3%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4.9%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이날 KBS 여권 추천 이사들은 “수신료가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특별 부담금’이라거나 통합 징수가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법이기 때문에 분리 징수가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한다느니,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느니 하는 주장은 국민과 정부를 무시하는 오만한 시각을 드러낼 뿐”이라며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게 처신하지 않는다면 특별 부담금, 공영방송의 역할, 징수의 효율성 등의 주장 역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