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20년 넘게 이어져 온 일본 콘텐츠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사라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등급 분류 대상에서 제외시켰던 일본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고 일본 콘텐츠도 ‘비디오물’로 등급 분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발단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데이즈’였다. 지난달 전 세계 76국에 공개됐으나 국내에서만 드라마 공개가 지연되자, 일부에서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여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국내 방영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상은 일본 콘텐츠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정책 때문이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추진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에 따라, 일본 영화에 대한 규제는 폐지됐으나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의 비디오물은 영등위가 등급 분류 신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유통을 막아왔다. 이로 인해 영화가 아닌 일본 콘텐츠는 등급 분류를 받을 수 없었다. 심야 시간에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등 우회적인 수단을 동원해 ‘영화’로 등급 분류를 받아야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공개될 수 있었다.
지난달부터 영등위가 아니라 OTT에서 자사 콘텐츠 등급을 정할 수 있도록 한 OTT 자체 등급 분류제가 시행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넷플릭스 측은 “일본 콘텐츠에 대해서도 자체 심의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뒤늦게 통보를 받으면서 작품 공개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정책 시행 당시엔 음란 비디오물 유통을 막으려는 취지였으나, “OTT·IPTV 등 새로운 매체의 출현으로 규제의 실효성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자체 등급분류사업자(OTT)는 즉시, 영등위는 준비 절차를 거쳐 9월 1일부터 일본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 분류를 시행한다. ‘더 데이즈’는 20일 공개된다.
다만 선정성이 과도한 비디오물은 ‘제한관람가’ 등급 제도에 따라 유통이 제한된다. 영등위는 비디오물등급분류 소위원회 내 성인물 전담반을 설치하고, 성인물 등급 분류 지침을 마련하는 등 심의 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