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정서가 듬뿍 묻어나는 디즈니·픽사 영화 ‘엘리멘탈’이 관객 500만을 돌파하며 역대 국내에서 상영한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엘리멘탈’은 23일 기준 관객 503만여 명을 동원하며 ‘인사이드 아웃’(497만명)을 제치고 역대 픽사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픽사를 인수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까지 합치면 겨울왕국 1·2편 다음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470만명)도 넘어서 ‘범죄도시3′(1067만명), ’스즈메의 문단속’(554만명)에 이어 올해 흥행작 3위에 올랐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엘리멘탈은 초반엔 ‘범죄도시3′ ’플래시’ 등 경쟁작에 밀리다 개봉 2주 차부터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룹 엑소 멤버 도경수가 팬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에 수차례 ‘엘리멘탈’을 홍보하는 등 온라인에서 “재미와 감동 모두 잡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뒷심을 발휘했다.
픽사 최초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이 영화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를 녹여낸 것도 흥행 요인 중 하나다. 한국계 이민 2세로 뉴욕에서 자라며 느낀 문화 충돌을 불·물·공기·흙 등 원소 4개가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에 담아냈다. 주요 스토리인 불과 물의 사랑 역시 한국인이 아닌 지금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었던 일들이 바탕이 됐다.
부모의 희생과 이에 보답하려는 장녀의 부담감 등 한국인이 공감할 만한 정서도 주효했다. 관객들은 불 종족의 집을 돌솥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거나, 주인공이 아버지를 ‘아빠’와 유사한 발음인 ‘아슈파’라 부르는 모습 등 영화 속 숨은 한국 문화를 발견하며 N차 관람을 이어갔다.
덕분에 ‘엘리멘탈’은 북미를 제외하곤 한국에서 제일 높은 수익을 거뒀다. 북미에서도 뒷심이 셌다. 개봉 첫 주 역대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저 스코어를 기록했으나 가족 관객이 꾸준히 찾으면서 코로나 유행 이후 최대 흥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이 됐다. 미국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글로벌 수익 3억5663만달러(약 4576억원) 중 한국 수익은 3275만달러(약 420억원)로 전체 수익의 약 9%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