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최근 월례 독회를 열고 김보영 소설집 ‘종의 기원담’과 김솔 소설집 ‘말하지 않는 책’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은 생명이 사라져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로봇의 시선으로 인간과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 SF 연작소설집이다. 정과리 위원은 “(로봇들의) 이기적 본능과 인간 관계, 정치적 갈등은 마치 오늘의 한국 사회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소설이 로봇세(世)의 존재 양식에 대한 탐구라기보다는, 인류세에 대한 풍자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김인숙 위원은 “익숙한 질문이 새삼 낯설게 여겨지는 것은 작가의 능숙함 때문일 것”이라며 “로봇이 느끼는 아름다움과 슬픔, 절망과 희망은 마땅하다고 믿었던 인간의 기본적인 모든 것을 다시 한번 뒤집어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김동식 위원은 “SF소설의 문학적 품격을 섬세한 문장과 치밀한 구성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김솔의 ‘말하지 않는 책’은 환상적 상상력과 독특한 이야기 형식을 통해, 책의 정체나 존재 이유 같은 질문에 답하는 작품이다. 표제작은 글이 진실을 왜곡시키는 것을 막고자 스스로 문맹이 돼, ‘말하지 않는 책’을 짓는 수녀의 이야기. 이에 대해 구효서 위원은 “가능할까 싶은 일이 김솔의 소설에서는 너무도 쉽게,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라며 “말도 안 되는 말을 말이 되게 쓴, ‘코끼리 문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말들로 가득하니 어찌 재밌게 웃으며 읽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했다. 이승우 위원은 “책은 결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작품”이라며 “김솔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쓸 수 없는 소설을 쓴다.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른바 리얼리즘에 대한 신념이 얼마나 편협하고 초라한지 김솔의 소설을 읽으면 깨닫게 된다”라고 평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