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침체기에 빠진 극장가에서 가수들의 ‘콘서트 필름(공연 실황 녹화 영상)’은 순항 중이다. 일반 영화보다 누적 관객 수는 적지만, 고정 팬덤을 빠르게 끌어 모으면서 다양한 장르 가수들의 콘서트 필름 제작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콘서트 필름 최초로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개봉한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는 지난달 13일 CGV 단독 개봉 당일 사전 예매율에서 ‘오펜하이머’ ‘잠’을 밀어내고 1위(예매 점유율 21.3%)를 차지했다. 국내 여가수 최초로 지난해 잠실 주경기장에 선 아이유의 무대를 담아 한국뿐 아니라 일본, 독일, 영국 등 전 세계 38국에서 개봉했는데, 국내에선 지난 17일까지 누적 8만7628명의 관객을 모았다. 타 영화 대비 10분의 1 수준인 스크린 숫자로 낸 기록이었다.
가수 김호중의 콘서트 필름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도 지난달 18일 CGV 전체 예매율 3위로 개봉해 관객들을 계속 극장가로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3월 개봉한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필름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누적 관객 23만3552명으로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매출액 순위 16위(약 56억4459만원)에 올랐다.
‘대형 팬덤을 가진 인기 장르 가수만 콘서트 필름을 낸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지난 11일 CGV에선 2021년 오디션 경쟁 프로 프로듀스 101의 일본판 출연으로 결성된 신인 보이그룹 ‘비퍼스트’의 콘서트 필름을 국내 상영했다. 이 콘서트필름은 올해 초 일본 선개봉 땐 ‘2023년 일본 음악 영화 동원 흥행 수입 1위’를 달성했다. 롯데시네마는 오는 11월 10일 발라드 가수 백지영의 지난해 전국 투어 콘서트 ‘고백(GO BAEK)’ 장면을 녹화한 ‘백지영 콘서트 인 시네마’를 단독 개봉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극장가에서도 콘서트 필름 제작 열기는 뜨겁다. 내달 3일 국내 개봉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필름 ‘디 에라스 투어(Taylor Swift: The Eras Tour)’는 이미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북미를 비롯한 10여 국 영화관에서 이 콘서트 필름이 지난 21일까지 열흘간 선개봉해 얻은 수익만 1억6049만달러(약 2171억원)에 달했다. 포브스 등 미국 언론들은 스위프트의 콘서트 필름이 2009년 마이클 잭슨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이즈 잇(This is it)’이 거둔 세계 총수입(2억6250만달러·약 3550억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을 내놨다.
콘서트 필름은 상영관이 적고, 일반 영화보다 티켓 값이 비싼 편이다. 아이유의 콘서트 필름 티켓도 주말 2D 상영관 기준 2만2000원으로, 일반 영화(1만5000원)보다 비싸다. 그러나 음악 팬에게는 ‘일반 콘서트보단 싸다’는 것이 주요 흥행 요소로 꼽힌다. ‘아이맥스’ ‘4DX’ ‘싱어롱(따라 부르기) 전문 상영관’ 등 콘서트 실황 소리와 분위기를 재현하는 기술력이 높아진 것도 콘서트 필름 흥행을 돕고 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일반 콘서트 회당 티켓값, DVD 굿즈 값이 최근 10만원~15만원대이고,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 온라인 공연 거부감이 적어졌다. 음악 팬에겐 저렴한 콘서트 관람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