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도,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도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스모크(Smoke)’에 맞춰 춤을 춘다. 최근 종영한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2′에서 시작된 ‘스모크’ 댄스 챌린지는 BTS 정국, 뷔를 비롯해 세븐틴, 아이브 등 아이돌들이 동참하며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 유튜브의 스우파2 관련 영상은 누적 조회 수 5억, 틱톡의 관련 해시태그 조회 수는 13억에 이른다. 2021년 스우파1을 시작으로 ‘스트릿 맨 파이터’ ’스트릿 걸 파이터’까지 거대한 댄스 세계관을 구축한 주인공은 권영찬 CP(책임 프로듀서)와 최정남 PD.
권 CP는 “미션곡으로 만든 ‘스모크’가 빌보드 글로벌 차트 200에 진입했을 때 뜨거운 해외 반응을 실감했다”고 했다. 춤은 언어 장벽이 없어 전 세계로 더 빠르게 퍼져 나갔다는 것. 최 PD는 지난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송 영상 콘텐츠 마켓 ‘밉컴(MIPCOM)’에도 다녀왔다. “스우파를 자국에서 방영하고 싶다는 문의가 제일 많았고, 몇몇 나라와는 포맷 수출도 논의하고 있어요. 심지어 자국 댄서들을 한국에 데려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최 PD는 2013년 ‘댄싱 나인’을 시작으로 ‘힛 더 스테이지’ ‘썸바디’ 등 춤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슈퍼스타 K’ 조연출로 일할 때부터 가수 뒤에서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는 댄서들을 눈여겨봤다. ‘저렇게 노력하는데 왜 댄서들은 주목받지 못할까.’ 가수 뒤에 있던 댄서들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댄스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다 보니 한국 댄서가 해외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해외 댄서가 K팝 댄스를 배우러 오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춤은 이미 ‘글로벌’하다는 걸 느꼈죠.”
댄서들의 불꽃 튀는 춤 싸움에 여성 댄스 크루(팀)의 열정과 끈끈한 팀워크, 인간적 매력을 보여주는 스토리를 녹여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어딜 뺏겨. 못 뺏겨”처럼 댄서들의 거침없는 선전 포고는 인기 유행어가 됐다. “한국인 특성상 집단에 속해 있으면 안정감이 들잖아요(웃음). 혼자 참가했으면 바짝 긴장했을 텐데, 팀으로 출전하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내 뒤엔 우리 언니들이 있는데? 감히 우리 동생을 건드려? 그러면서 좀 더 리얼한 장면이 나온 것 같아요.”(최정남 PD) “댄스라는 장르가 서바이벌이라는 포맷과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다들 업계에선 정상에 있는 프로 댄서이기 때문에 서바이벌 미션으로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직설적이고 재밌는 장면이 많이 나왔죠.”(권영찬 CP)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약자를 지목해 일대일 배틀을 벌이는 미션으로 댄서만이 출 수 있는 춤의 매력을 오롯이 보여줬다. 보아·NCT 태용·슈퍼주니어 은혁 등 판정단의 투표로 승패가 정해졌다. 춤을 모르는 시청자도 승패를 납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DJ 불러 놓고 PD랑 작가끼리 배틀도 벌여봤어요. 이번 판은 네가 기술을 썼으니까 승, 다음 판은 기세에 눌렸으니까 패. 전문적인 춤 배틀을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쉽게 만드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최정남 PD)
크루별 영상 조회 수를 평가에 반영하는 등 유튜브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유튜브 채널 ‘더 춤’으로 댄서와 팬들의 놀이터를 만들었다. 미방분은 물론 댄서가 직접 춤을 리뷰하거나,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면서 댄스 세계관에 푹 빠지게 했다. 현재 구독자 86만명으로 해외 시청자가 30~40%에 달한다. 권 CP는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뿔뿔이 흩어지는 게 아니라 댄서들과 계속 협업하면서 댄스 시리즈를 이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방송 이후 국내 댄서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권 CP는 “기획사에서 안무비가 많이 올랐다고 볼멘소리를 한다”며 웃었다. “기획사에서 제일 싫어하는 PD가 됐어요(웃음). 댄서들이 방송도 출연하고 바빠지면서 정체됐던 백업 댄서들의 생태계에 변화가 생긴 거죠.”(최정남 PD) 종영 후 콘서트를 여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권 CP는 “내년에는 팬들이 댄서에게 춤을 직접 배우고 댄스 영상을 찍으며 K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열려고 한다. 전 세계 팬이 계속 찾아올 수 있는 세계적 K댄스 페스티벌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