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러분도와주세요”.

출판사 김영사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이런 해시태그로 시작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김영사에서 신수정 KT 부사장이 커리어 관련 책을 출간할 예정인데, 그 제목을 골라 달라는 것. ‘일의 길’(A안)과 ‘커넥팅’(B안)을 선택지로 제시하며 “댓글로 A안과 B안의 제목 중 ‘이거다!’ 하는 것을 남겨주시면 너무 감사하겠다”라고 썼다. ‘커넥팅’이 독자 댓글 110여 개 중 약 60%를 차지했고, 저자 의견을 반영해 최종 제목으로 확정됐다. 김영사 관계자는 “출판사 내부에서 의견이 비등비등해서 제목을 고르기가 어려워 기획한 투표”라며 “독자분들이 새 책이 나온다고 인지하게 되는 효과도 기대했다”고 말했다.

김영사가 신수정 KT 부사장의 신간 제목을 골라 달라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일의 길'(A안)과 '커넥팅'(B안) 중에 더 많은 독자가 선택한 후자로 책 제목이 정해졌다. /김영사 인스타그램

출판사 마케팅이 독자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방식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출간쯤에 맞춰 독자들에게 책을 제공해 온라인에 서평을 쓰게 하는 것처럼 일방향적 방식을 넘어, 독자와 출판사의 쌍방향적 소통이 늘고 있다. 독서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만큼, 출판사들이 더 확실한 방법으로 독자를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책을 구입하는 연령이 소셜 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 세대로 한정되는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책 제목을 이용한 독자 참여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확실한 사전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은행나무는 작년 정신과 의사 하지현씨의 책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 출간에 앞서, 인스타그램에 제목 관련 퀴즈를 냈다. 제목에서 ‘키우는’을 지우고, 그 자리에 들어갈 단어를 맞히는 독자에게 추첨을 거쳐 신간을 선물했다.

문학상 심사에도 독자 의견을 구한다. 창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카카오페이지X창비 영어덜트 소설상’ 공모전을 2020년부터 매년 열면서, 독자들로 구성된 ‘YA(Young Adult) 심사단’을 꾸려 왔다. 창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집된 10~20대 독자 20여 명으로 구성되는 심사단이다. 창비 관계자는 “청소년 문학과 영어덜트 소설 독자들의 생생한 감상을 심사 과정에 반영하려고 YA 심사단을 도입했다”며 “심사위원들의 본심 회의에 앞서 YA 심사단의 심사 의견서를 서면으로 수합한 뒤, 이를 본심 때 심사위원들과 공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