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37번째 레터는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넥스트 골 윈즈(Next Goal Wins)’ 입니다. 오늘(10일) 오후에 시사회를 했어요. 전 작년에 이 영화 예고편을 보고 너무 재밌어서 내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오늘 보니, 새해 에너지를 힘차게 충전하기에 딱 좋은 영화인 듯 해서 레터로 소개합니다. 그럼, 아래에 내용 살짝 보실까요.

영화 '넥스트 골 윈즈'에서 만년 꼴찌팀인 아메리칸사모아 선수들이 마냥 해맑게(?) 축구 연습을 하고 있는 장면. 앉아있는 감독 토머스(마이클 패스벤더)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우선 고백 하나. 저는 축알못입니다. 축구는 잘 모르고 관심도 그다지. 그래도 이 영화를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축구가 나오긴 하지만 결국 하고 싶은 건 사는 얘기거든요. ‘넥스트 골 윈즈’는 실화가 바탕입니다. 2001년 4월 월드컵 예선에서 아메리칸사모아팀이 호주팀에 지는데, 그 스코어가 무려 31대 0. 단 한 골도 못 넣고 31골을 먹은 아메리칸사모아팀을 지도할 새 축구감독으로 주인공 토머스(마이클 패스벤더)가 부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한때 미국 축구대표팀을 지도했던 토머스는 2년 전 모종의 이유로(그 이유는 영화 후반에 밝혀져요) 좌절에 빠지면서 해고 위기에 몰리게 돼요. ‘짤리던지 아메리칸사모아팀을 맡던지’. 축구협회는 그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마지못해 아메리칸사모아로 날아가는 토머스. 다음 월드컵 예선이 4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습니다.

주민들은 그를 반기며 “영화 ‘매트릭스’ 같아, 그는 우리의 네오야”라며 흐뭇해하지만 토머스는 영 적응을 못하죠. 일요일엔 교회 가야하니까 연습하면 안 되고, 대낮에 종소리가 들리면 연습하다가도 기도부터 올리는 주민들. 축구 포메이션? 그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이리 뛰고 저리 몰리며 우왕좌왕하는 팀원들을 보다못해 토머스는 그만둘 생각도 합니다. 우울한 얼굴로 바다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한 주민이 다가와 말합니다. “답은 감독님 눈 앞에 있어요.” 우리의 토머스는 그 답을 찾아낼까요.

영화 '넥스트 골 윈즈'에서 토머스(마이클 패스벤더, 가운데)는 아메리칸사모아팀의 축구 감독을 어쩔 수 없이 맡게 됩니다. 이 사진에서 보면 에너지가 넘칩니다만. 흠. 과연 만년 꼴찌팀은 골을 넣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에는 여러 선수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삼성을 따라 이름을 붙였다는 ‘삼선’도 있고, ‘축구계의 스포츠카'로 불리는 선수도 있어요(속도는 빠르지만 방향이 영...). 그리고 호주팀에 31골을 허용했던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골키퍼’도 나옵니다. 세계 최초의 트렌스젠더 축구선수도 있고요. (이 선수 역시 실제 사실에 기반한 인물입니다.) 이들은 결국 일상이라는 경기장에서 오늘도 한 골을 넣기 위해 분투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입니다. 혹시 새해 벽두부터 상대팀에 31골을 내준 골키퍼의 심정으로 퇴근만 기다리고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어제도 오늘도 어쩐지 안 풀려 속상하다면. ‘넥스트 골 윈즈’는 그런 모든 분들을 위한 유쾌하고 힘찬 응원가입니다. 심각하고 장중한 3시간짜리 대작만 명작인가요. 보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이런 영화가 때로는 더 큰 힘이 되기도 하지요.

영화 초반에 두 개의 섬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는 아메리칸사모아라는 섬, 또 하나는 한 남자(주인공 토머스)라는 섬. 영화를 보다가 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이 유명한 시구가 떠올랐습니다. “No man is an island.” 맞습니다. 그 누구도 홀로 떠 있는 섬이 아니죠. 다른 섬을 향해 응원의 깃발을 휘날리며 함께 할 수 있지요. 이 시구가 들어간,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제목이 된 존 던의 소네트를 아래에 소개하며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합니다. 2024년 새해의 시작종이 ‘그 영화 어때’ 레터 구독자 여러분을 위해 일년 내내 힘차게 울리기를.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any manne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누구도 홀로 섬은 아니니;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일지어다;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나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곶도 그대나 그대의 친구의 영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어느 누군가의 죽음은 나를 작아지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으니.

그러므로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하지 마라.

그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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