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배우 스티븐 연(왼쪽부터)과 이성진 감독, 배우 엘리 웡. /로이터 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각)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감독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지난 6~7일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받은 캐스팅상과 의상상, 편집상까지 합치면 8관왕이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은 ‘성난 사람들’의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41)에게 돌아갔다. 한국계 이성진(43) 감독은 감독상과 작가상을, 베트남계 배우 엘리 웡(42)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스티븐 연은 시상식 무대에 오른 뒤 수상 소감에서 “굉장히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저를 지켜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며 “편견과 수치심은 외로운 것이지만, 연민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만든다. 이것을 대니(극중 배역)가 가르쳐줬다”고 했다.

이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제가 LA에 처음 왔을 때 제 은행 계좌 잔액은 마이너스였고 그때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 자리에 서보니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것이 체감 된다”며 출연 배우 등에 감사를 전했다. 작품상을 받으러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 뒤엔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개인적인 고통을 투영하고 경험을 공유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며 “세상이 사람들을 갈라놓으려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성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조건 없이 사랑해준 사람들”이라고 했다.

에미상은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이다.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은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영화 ‘미나리’의 배우 스티븐 연 등 한국계 배우가 여럿 참여했다. 난폭 운전으로 얽히게 된 두 남녀의 복수극으로,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삶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한국적 소재도 자주 등장한다. ‘성난 사람들’은 앞서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3관왕에, 14일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4관왕에 올랐다. 이번 에미상에선 남녀 주연상 및 조연상을 비롯해 감독상 등 11개 부문, 13개 후보로 지명됐다.

지난 2022년 9월에 열린 제74회 에미상에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6관왕에 오르며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드라마 시리즈, 코미디 시리즈, 미니 시리즈·TV 영화, 예능, 리얼리티 등 부문별로 시상한다. 제75회 에미상은 작년 9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할리우드 파업으로 연기됐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방영된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이번 에미상 시상식은 TV조선에서 생중계 됐다.

그래픽=정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