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얼(왼쪽)이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 사진을 올렸다. /나얼 인스타그램

가수 나얼이 소셜미디어에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를 게재했다가 야권 성향 네티즌들의 악플이 이어지자 댓글 창을 폐쇄했다.

나얼은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 사진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낡은 성경 사진을 게재했다. 이와 함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그 안에 굳게 서고 다시는 속박의 멍에를 메지 말라”는 성경 구절을 적었다.

‘건국전쟁’은 이승만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한 다큐 영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스무살에 입학한 배재학당에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배재학당 때부터 구축된 그의 기독교 네트워크는 이후 미국과의 외교에 큰 자산이 됐다. 나얼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이후 야권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얼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9시쯤 클리앙에 ‘나얼 2찍(보수 지지자) 인증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자 12시간도 되지 않아 13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이승만을 존경하는 건 개인 취향 문제가 아니라 지능 문제다. 잘 가라” “교회가 참 문제다” “정이 뚝 떨어진다는 게 이런 거다” 등 비난 댓글을 달았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논란 중인 나얼 인스타’ ‘나얼 2찍 인증’ ‘나얼 당당하게 인증하네?’ 등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나얼이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건국전쟁' 관련 게시물. 13일 오전 댓글창이 막혀 있다. /나얼 인스타그램

나얼 인스타그램에도 비슷한 댓글들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이승만에 대해 다시 공부하라” “그렇게 안 봤는데 정이 뚝 떨어진다” “이딴 걸 옹호하다니. 쉴드는 없다” 등 악플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나얼은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막았다.

연예인들이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가 비난받는 일은 이전에도 많았다. 2020년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기 방송인 박명수는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응 방식에 쓴소리했다가 악플 세례를 받았다. 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직후인 지난해 9월 수산물을 먹는 영상을 올렸다가 “시국이 시국인데 개념을 장착하라”는 악플을 받아야 했다.

비슷한 시기 가수 김윤아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공개 비판했다가 악플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그분들이 친히 댓글 달러 와 주신다니”라며 의연한 반응을 보였던 그는 비판이 계속되자 “정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간 ‘디케의 눈물’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악플을 받았다.

전문가는 정치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CBS 라디오를 통해 “한국에는 굉장히 이상한 방식으로 중립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며 “미국 같은 경우 연예인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성별이 정치의 문제가 됐고, 정치는 종교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며 “타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