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만 4세 남아가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 유독 버릇없게 행동해요. 엄마·아빠와 있을 땐 그렇지 않은데, 먹고 싶은 음식을 다 사주는 할머니·할아버지에겐 떼쓰면서 때리는 행동까지 보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A. 조부모의 양육은 손자·녀의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조부모는 인생의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통찰력으로 손자·녀에게 지혜로운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부모들이 손자·녀를 엄하게 훈육하기란 어렵습니다. 먼저 조부모가 과거에 부모로서 자녀를 훈육하던 당시와 지금은 문화 규범과 가치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또 조부모는 자녀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을 마치 보상하려는 것처럼 손자·녀에게는 너그러이 베풀어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 양육자인 부모는 손자·녀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고 어떤 행동은 하면 안 되는지 한계선을 일관성 있게 지도해야 합니다. 특히 조부모와 부모가 함께 있을 때 부모가 일관성 있게 지도한다면 자녀의 떼쓰기 행동은 줄어들 것입니다. 주의할 점은 부모가 지도할 때 조부모님이 부모님을 말리며 손자·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사전에 소통해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나서 과자를 먹기로 약속을 했는데 자녀가 조부모에게 가서 몰래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조부모는 부모 모르게 과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에게 물어보고 오자’고 하면 됩니다. 물론 부모가 없는 경우 조부모님은 식사 전에 과자를 줄 수도 있겠지요. 이 상황까지 부모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부모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부모가 주도권을 쥐고 지도해야 합니다.
특히 ‘누군가를 때리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르쳐야 합니다. 부모가 있는 상황에서 조부모를 때리면 바로 자녀를 떼어 놓고 안전한 장소에서 자녀의 화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해요. 부모도 감정적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아이에게 화가 난다고 누군가를 때리는 것은 안 됨을 진지하고 분명하게 가르치세요. 만 4세 유아의 경우 아이가 조부모에게 사과하는 것까지 지도해야 해요.
조부모는 부모에게 ‘아이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손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이해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조부모의 말대로 자녀를 그대로 두는 것은 자녀의 감정 조절 능력 발달에 부정적입니다. 아이에게 살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과 꼭 해야 할 일을 가르칠 책임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이윤선 배화여대 아동보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