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양질의 문화ㆍ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및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예술의 힘: 문화 참여를 통한 시민의 행복 증진’ 세션에 연사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 위원장을 포함해 사샤 수다 필라델피아미술관 관장 겸 CEO, 우현수 필라델피아 미술관 부관장 등 예술인 리더들이 행사에 참여해 시민들이 문화ㆍ예술을 통해 행복을 증진 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본지에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를 연재하고 있는 우정아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수다 관장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올해로부터 2년 뒤 기념일을 앞두고 있다”면서 “각국의 작가들을 초대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장소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선 본지 인터뷰에서 “ALC는 한국과의 협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면서 필라델피아 독립 250주년 기념 전시회에 한국이 파트너국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다 관장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체코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나 프린스턴대학교를 졸업하고 윌리엄스칼리지에서 미술사 석사 학위를,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중세 부서에서 경력을 시작했으며 토론토에서 책임 큐레이터로 활동하다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업계에서는 그가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새로운 리더십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한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작품 전시 뿐만 아니라 “문화ㆍ인종 다양성을 추구하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모두 에게 열린 ‘문화ㆍ예술 화합의 장’”을 만들고 있다. 수다 관장은 “백인, 흑인, 황인 등 인종별로 전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여성 역사의 달과 중국 출신 작가와 함께 아시아 및 태평양 유산의 달을 기념하기도 한다”면서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술 한잔 하면서 춤과 노래를 보도록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고 했다.
우 부관장은 필라델피아와 우리나라의 깊은 관계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독립에 있어서 중요한 장소 뿐만 아니라 한국 독립에도 매우 중요한 장소다”라고 했다. 필라델피아는 1776년 미국 13주 대표들이 모여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던 도시다. 이때 만들어진 ‘독립선언서’는 미국의 보물 1호로 여겨진다. 1875년 설립돼 149년의 역사를 가진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필적하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록키 계단’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한 영화 ‘록키’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정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한민국의 문화ㆍ예술 지원 시스템”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세션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이 321불에 불과했던 1974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문화부가 없던 시절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문화ㆍ예술 사업을 진행해왔다”면서 “예산이 턱없이 적었지만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지금의 K팝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체계적으로 문화ㆍ예술 지원 시스템이 잘 돼있다. ‘우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다른 국가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 위원장은 “한국 문화ㆍ예술계에 자신이 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기업들의 문화ㆍ예술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연말 발표를 통해 투자 후원이 많은 기업들을 돋보일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우리가 받았던 문화ㆍ예술 원조를, 이젠 우리가 국제 사회에 기여할 때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