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너무 팬이에요.”
전화를 건네받은 배우 김희선이 수줍은 얼굴로 ‘팬심’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통화 주인공은 보이그룹 세븐틴 멤버 부승관. 좋아서 웃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김희선에게 부승관이 먼저 말문을 튼다. “일단 바로 갈까요?”
최근 선보인 tvN 예능 ‘밥이나 한잔해’ 3회의 한 장면. 배우 김희선, 코미디언 이수근·이은지, 아이돌 그룹 더 보이즈 영훈 등 네 MC가 한 동네에 방문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유명인 등을 즉흥적으로 불러 동네 맛집에서 ‘토크’를 나눈다.
매주 목요일 방송되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밥 친구 예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3회만에 수도권 시청률 4.6%(닐슨 전국 유료 가구 기준), 최고 7.4%를 기록했다.
‘밥 친구 예능’이란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프로그램을 뜻한다. 밥 먹는 중간 전개를 놓쳐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연예인 친구들끼리 농사짓고 수확하는 일상을 그린 ‘콩콩팥팥’이나 동네 수퍼를 꾸리는 ‘어쩌다 사장’(이상 tvN) 등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채널에선 코미디언 장도연이 초대 손님과 근황 토크를 나누는 웹 예능 ‘살롱드립’ 시리즈가 ‘밥 친구 예능’으로 인기다. 5~10분을 넘기면 채널이 돌아간다는 웹 예능 세계에서 30~40분을 넘나드는데도 수백만 조회 수를 구가한다. 최근 방송된 드라마 ‘눈물의 여왕’ 주인공 김수현·김지원 출연 인터뷰는 2개월 만인 9일 현재 1024만뷰를 넘어섰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주연 변우석·김혜윤의 46분짜리 영상은 12일 만에 670만뷰를 넘겼다.
웃음을 유도하는 상황극이나, 시선을 끄는 무대장치도 딱히 없다. ‘눈물의 여왕’ 편에선 화려한 플래카드 대신 뒤쪽에 A4 용지를 이어붙여 ‘모시게 되어 눈물납니다’라고 썼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동안 도파민(쾌락을 주는 신경전달물질) 중독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시청 피로감이 커졌다”면서 “‘자극 디톡스’를 내세운 편안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