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58)이 지난 11일 신곡 ‘비가 와’를 발표했다. 2021년 ‘우린’ 이후 3년 만이자 내년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곡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개인 녹음실에서 만난 그는 “데뷔 후 이토록 가슴 뛰는 곡은 참 오랜 만이다. 듣자마자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의 표현처럼 이번 신곡은 도입 연주부터 시원한 소나기 뒤 초록빛으로 갠 정경을 연상시킨다. 청량한 타건과 신시사이저 소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승철의 단단한 음색이 시원스레 뻗는다. 전반적인 곡의 밑그림은 밴드 사운드로 채웠다. “데뷔 40주년으로 향하는 첫 곡”이란 이유에서다. 1985년 밴드 ‘부활’의 2대 보컬로 데뷔한 이승철은 “내 음악적 뿌리가 록 그룹사운드란 사실을 한 번도 잊은 적 없다. 항상 그 자부심을 가져왔다”며 “이번 신곡을 포함해 내년 정규 13집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승철은 이번 신곡 편곡과 작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보컬이라고 노래하는 영역에만 갇혀선 안 된다”는 게 지론이다. ‘소녀시대’ ‘인연’ ‘말리꽃’ 등 히트곡들로 외제 승용차 수준의 월 저작권료를 벌어보며 체득한 “나만의 가요 히트 공식”이라고 했다. 그는 “한번 작곡 수배령을 내리면 200~300곡씩 제안이 들어온다. 그 중 단번에 꽂히는 곡은 거의 없다”며 “듣고 또 들어야만 먼지 한 톨만큼 미세한, 손댔을 때 원석에서 보석으로 바뀌겠다 싶은 찰나의 음이 들린다. 보컬도 그런 음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작곡가에게만 기대선 좋은 곡이 못 나온다”고 했다.
내년엔 40년간 활동 곡을 추려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에도 나선다고 했다. “나를 주인공으로 한 일대기가 아니다. 신진 뮤지컬 시나리오를 사서 내 노래를 배경음으로 쓰려고 최종 후보작을 검토 중”이라 했다. 초연 무대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1200석 규모’로 점찍었다. “’좌석 전석 입체 음향(플라잉 서라운드 시스템)’ 기술을 적용하는데, 최적 규모가 1000여 석 내외”라고 했다. 이승철은 지난해부터 국내 가요계 최초로 단독 공연에 이 기술을 써 왔다. 라이브 소리가 객석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울려 퍼지게 하는 기술이다. 오는 15일부터 군산을 시작으로 천안, 서울, 창원, 대구, 대전 등에서 열리는 이승철의 전국투어 콘서트 ‘로큰롤(Rock’n All)’도 이 기술을 적용한다.
데뷔 30주년 기자간담회 당시 이승철은 “이제 조금 음악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40주년을 앞둔 지금의 이승철은 “음악이 무르익었다. 내일모레면 60세지만, 음악 완성도 면에선 최고점”이라며 “이젠 마일리지처럼 쌓아온 경험을 후배 양성에 발휘할 차례다. 직접 밴드 인재를 발굴하는 유튜브 채널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요즘 영어 발음, 작곡 실력 등 40년 전 저보다 뛰어난 친구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해줄 건 설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뿐이죠. 국내 록 발라드 장르에선 10년 안에 분명 그래미 수상자가 나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