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산동네와 공장 지대가 화폭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담긴 삶의 터전이다. 서양화가 이상국(1947~2014)은 소시민의 생활 주변과 자연 풍경을 절제된 형태와 질감으로 표현한 작가. 그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기념전 ‘그림은 자유’가 17일 개막한다.
생전 이상국은 “일상에서 매일 보던 장면이 주는 감흥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나고 자란 서울 서북부 산동네, 주변에서 만난 이웃, 인근 산과 나무를 쓱쓱 그렸다. 풍경을 원근법적으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녹록지 않은 현실을 붓질로 어루만지고 치유하고자 했다. 1990년대 이후엔 자연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형상은 사라지고 뼈대만 남긴다. 1991년 인터뷰에서 그는 “1980년대까지 나는 그림을 집짓기처럼 구축하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풍경화는 해체되는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며 “해체 과정에서 가슴 아픈 느낌과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느낀다”고 했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시기별 대표작 40여 점이 나왔다. 2014년 3월 5일 세상을 떠난 작가가 작고 일주일 전 완성한 미공개 유작 ‘무제’도 처음 공개된다. 전시는 8월 4일까지. 17일 오후 3시에는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가 가나아트센터 3층 아카데미홀에서 ‘이상국의 삶과 작품세계’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