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의 생기 넘치는 에디 머피가 걸어 들어왔던 영화 속 호텔에, 63세가 된 에디 머피가 서있다. 그 사이 배우도 관객도 40년 시간이 흘렀다. 흐른 세월을 깨닫고 놀라워한다.
노장들이 돌아와 관객에게 선물을 안겼다. 미국에서 1984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3억 달러 넘게 벌어들인 영화 ‘비버리 힐스 캅’. 그 원조 출연진과 제작진이 수십 년 세월을 뛰어넘어 후속편을 내놓은 것이다.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라는 제목으로 지난 3일 넷플릭스에 공개돼 세계 각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 건 함께 세월을 지나온 동질감. ‘40년 지나 다시 만난 청춘’ ‘14살로 돌아간 것 같다’ ‘80년대 되감기’(IMDb) 등 감격에 찬 후기들을 남겼다. 공개 첫 주(7월 1~7일) 넷플릭스 영화(영어 부문) 주간 순위 세계 1위에 올랐다.
‘비버리 힐스 캅’은 수사의 감을 타고난 디트로이트 형사 ‘액셀 폴리’(에디 머피)가 우연한 계기로 부촌인 비버리 힐스에 가서 사건을 해결하고 악인을 처단하는 줄거리의 액션물이다. 입담 좋고 까불거리는 폴리의 ‘막무가내’ 해결 방식이 이 영화만의 특별한 점이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하려다 하차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폴리라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만든 에디 머피가 이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번 신작은 1편 개봉 후 40년, 3편(1994) 개봉 후 30년 만에 나온 4편에 해당한다.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3편 이후 막을 내린 듯했지만, 1·2편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81)가 작심하고 원조 배우들과 함께 시리즈를 부활시킨 것이다. 소원하게 지내던 딸이 위기에 처하자 폴리가 다시 비버리 힐스로 돌아가 동료들과 함께 부패 경찰과 마약단을 소탕하고 가족애를 회복한다는 줄거리다.
배우도 노장, 제작자도 노장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도 이들의 변화한 모습이다. 에디 머피(63)를 비롯해 빌리 로즈우드 역의 배우 저지 라인홀드(67), 존 태거트 역의 존 애슈턴(76), 제프리 프리드먼 역의 폴 라이저(68), 서지 역의 브론슨 핀초(65)가 동일한 배역으로 돌아왔다. 1편에서 팽팽한 얼굴로 나왔던 배우들이 60~70대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총격전을 벌이며 ‘못 말리는’ 액션을 소화해낸다. 무거워진 몸으로 소화하는 액션은 다소 둔탁해졌지만, 노장들의 저력은 서로 간의 ‘케미’, 그리고 관객과의 유대감이었다.
흠 잡을 데 없는 가족 영화지만, 전작을 기억한다면 더욱 진가가 드러나는 영화다. 전작의 공식을 변주 없이 그대로 따랐다. 1편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해, 한 편의 ‘오마주’ 같다. 감독 마크 몰로이는 “1·2편에 대한 러브레터” 같은 영화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가수 싸이의 ‘챔피언’ 멜로디로 익숙한 ‘액셀 F’ 등 ‘비버리 힐스 캅’ 테마곡들이 깔리자마자 1980년대로 소환됐다는 관객들이 많다. 거리의 차들을 제설차로 밀며 달리는 액션 장면, 맨션에서의 총격전, 비버리 힐스의 호텔 장면 등도 1편을 추억하게 한다. 폴리와 태거트, 로즈우드가 함께 차에 탄 장면은 1편과 완전히 같은 구도로 촬영됐다. 배우 라인홀드는 “우리 셋이 차에 탄 장면을 촬영하는데 마법 같았다. 모두 전기가 통했다. 마치 시간 여행 같았다”고 말했다.
노장들이 약을 달고 살고, 은퇴 선물로 기저귀를 받는 장면에 짠함도 느껴진다. 나이 먹으며 점잖아진 폴리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더 이상 무모한 영웅은 필요 없는” 시대라며 무모한 폴리를 뜯어말리지만 한편으로 그 무모함을 그리워했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폴리도 나이가 들며 더 현명해지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그는 여전히 눈에 반짝임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