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사는 동갑내기 이준석(34), 최형준(34) 부부는 시후(9), 시온(3), 서준(1) 등 삼 형제를 키운다. 부부는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였다. 같은 대학교에 진학했고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자 연인으로 발전했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셀프 포토 스튜디오에서 최형준·이준석씨 부부와 세 아들이 찍은 가족 사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내 최씨, 둘째 시온, 첫째 시후, 셋째 서준, 남편 이씨. /최형준씨 제공

현재 남편 이씨는 온라인에서 야구 등 스포츠 물품을 판매하는 사업가고 아내 최씨는 전업주부다. 평소 육아는 최씨가 맡아서 하지만, 이씨도 최대한 육아에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이씨의 회사가 집에서 걸어서 오갈 정도로 가까워서 왔다 갔다 틈틈이 육아를 돕는다.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는 건 저녁 6~7시쯤 집에 돌아오는 남편의 몫이다. 아내 최씨는 “바쁜데도 시간을 쪼개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가 우리 가족 최고의 자랑거리”라고 했다. 이씨는 “둘째가 34개월 정도로 아직 어린데도 막내가 울면 먼저 안아주고 ‘쪽쪽이’를 가져온다”며 “막내가 태어나서 소홀함을 느낄 법도 한데 첫째가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부부는 “하루도 조용하지 않은 왁자지껄 삼 형제”라고 했다. 아침에 막내 서준이가 울면서 일어나면, 둘째 시온이 엄마를 부르며 우유를 달라고 조른다. 그러면 첫째 시온도 엄마와 함께 아이들을 달래면서 챙긴다고 한다. 첫째는 막내를 특히 아낀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아가 뽀뽀” 하며 안아주고, 하루에도 여러 번 “아가 너무 예뻐, 귀여워”라고 한다.

형제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공놀이를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낮 시간 동안 최씨가 혼자 세 아이를 돌보려면 지칠 법도 하다. 그런데 최씨는 밤이면 문득 ‘아이들에게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마음이 들곤 한다고 했다.

활달한 삼 형제를 낳아 키우게 된 부부는 ‘한 달 살이’ 여행을 해보자는 특이한 결심을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은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 사정이 허락하는 한 가급적 매년 국내외의 여행지를 찾아 아이들과 다양한 추억을 쌓자고 다짐했다. 태국과 미국, 제주도 등지에서 가족이 함께 오랜 시간을 가졌다.

최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하는 과정에서 저희 부부도 평소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었을까 새삼 느끼면서 더 넓은 세상을 배우게 됐다”며 “육아를 통해 부모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정도 여행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이 크게 성장해 있다”고도 했다. “여행지에 가면 유독 아이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우애가 더 깊어져요. 이해심 많은 첫째가 동생들 먹을 것도 챙겨주고 잘 맞춰주는 덕분인 것 같아요.”

2015년 첫째가 태어나고 5년 뒤 가족이 태국 방콕으로 한 달간 떠났다. 둘째가 태어나고 2022년엔 미국에서 한 달 살이를 했다. 현재 최씨와 삼 형제는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이씨는 사업 때문에 이번 여행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가족은 첫째 시후의 내년 여름방학에 맞춰 미국으로 또 떠나기로 약속했다.

최씨는 “(사업을 하느라) 주 7일 일하는 남편도 여행을 다녀오면 기분 전환이 된다고 말한다”며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고맙다”고 했다. 남편 이씨는 “살림하랴, 아이들 키우랴 아내가 힘들 것”이라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추억으로 최대한 많이 남기고 싶다. 한 달 살이 여행도 그런 생각에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지의 각종 박물관과 체험 전시장에 들러 신기한 경험을 한다. 국립공원 등 자연에서 평소 못 보던 동물과 탁 트인 풍경을 만난다.

“미국에 갔을 때, 밤늦은 시간까지 바닷가에서 엄마·아빠랑 수영하면서 놀았어요. 처음 만난 친구와도 친해졌어요(시후).” “비행기 타면 너무 재미있어요. 제주도에서 형하고 공놀이 했어요. 엄마·아빠랑 키즈 파크에서 그림 그리면서 놀았어요(시온).”

가족이 방콕에 갔을 때다. 당시 첫째 시후는 숫자를 한 자릿수만 읽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여러 차례 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엄마·아빠가 택시의 미터기 숫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됐다. 그러더니 얼마 안 돼 어느새 두 자릿수, 세 자릿수를 읽게 됐다고 한다. 부부는 이것 역시 여행을 통해 얻은 소득이라고 했다.

미국에 갔을 때 둘째 시온이는 영어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간간이 영어를 쓰고, 형이 하는 영어 숙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씨는 “미국에 머물 때 숙소 근처 공원에서 아이가 처음 보는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며 “여행은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부부가 처음부터 자녀를 많이 갖길 원한 건 아니었다. 최씨는 “내가 세 자매인데, 어른이 돼 보니 자매끼리 도움도 받고 의지도 많이 됐다”면서 “그런 형제자매는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을 많이 낳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많으면) 큰 차를 사도 좁고, 큰 집을 사도 좁지만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삼 형제가 같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푸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셋이서 잘 노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요. 아이들 중 누군가 아플 때면 서로 ‘아프지 마’라고 얘기하면서 위로해주는 모습이 대견하지요. 저희 부부에겐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또 가장 많이 배우는 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