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연주회에는 현대음악도 두 곡 들어가 있어요. 모두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첼로 주법이 많아서 관객들께서는 조금 ‘쇼킹(shocking)’하실 수도 있어요.”
지난 21일 롯데콘서트홀. 내년 이 공연장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첼리스트 최하영(26)이 웃으며 말했다. 최하영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차세대 연주자. 당시 대회 결선에서도 친숙한 고전·낭만주의 작품들 대신에 폴란드 현대음악 작곡가 루토스왑스키의 협주곡을 선택할 만큼 대담한 배짱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흥미로운 첼로의 여러 음색들을 눈과 귀로 체험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주 음악가는 1년 내내 독주(獨奏)·협연·실내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오케스트라나 공연장, 페스티벌의 ‘간판 모델’ 역할을 하는 제도다. 올 시즌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조성진 덕분에 더욱 친숙해진 용어다. 연주자로서는 평소 엄두 내기 힘든 곡들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공연장으로서는 안정적 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win-win) 게임’이 된다. 최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내년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연주자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나면서 화제를 모았다.
내년 롯데콘서트홀의 상주 음악가인 최하영 역시 두 차례 무대에 서고, 별도의 협연도 잡혀 있다. 특히 내년 4월 30일에는 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4)와 함께 ‘자매 이중주’ 무대도 선보인다. 최송하 역시 지난해 몬트리올 콩쿠르 2위에 입상했다. 이들 자매가 국내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언니 최하영은 “우리 자매는 같이 살면서 싸운 기억이 거의 없다. 언제나 듀오로 함께 연주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되어서 기대된다”고 했다.
국내 공연장 가운데 상주 음악가 제도의 원조는 금호아트홀. 2013년 피아니스트 김다솔을 첫 상주 음악가로 선정한 뒤 지금까지 12명의 연주자와 협업했다. 내년에는 처음으로 독주자가 아니라 실내악단인 아레테 4중주단을 상주 음악가로 선정했다. 2019년 결성한 이 4중주단 역시 2021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 2023년 모차르트 콩쿠르, 올해 리옹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했다.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내년 1월 9일)부터 쇼스타코비치와 버르토크의 20세기 실내악(9월 4일)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네 차례에 걸쳐서 선보인다.
국내 상주 음악가 제도는 두 가지 아쉬움이 있다. 중견 연주자보다는 젊은 연주자들이 많고,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등 일부 인기 악기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하우스콘서트는 클래식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한국명 최진우·36)를 내년 상주 연주자로 선정했다. 색소폰 협주곡(3월 10일)과 베토벤·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의 색소폰 편곡(6월 9일), 피아노 4중주의 색소폰 편곡(9월 29일), 색소폰과 재즈 즉흥 연주(12월 8일) 등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강선애 더하우스콘서트 대표는 “색소폰은 클래식 음악에서 먼저 사용됐지만 지금은 재즈나 대중음악의 악기로도 친숙하다. 상주 연주자 제도를 통해서 악기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