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놀이’ ‘비석치기’ ‘제기차기’ 같은 한국의 놀이가 또 한번 열풍을 일으킬까. 첫 시즌 흥행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오징어 게임2′가 26일 시청자들을 만났다. 시즌 1이 넷플릭스 역대 1위 시청 기록을 가진 만큼 시즌 2는 올해 넷플릭스 예고편 중 최다 조회수인 1945만회를 기록하며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대개 예고편 조회수는 수십만회 정도다.
전체 7부작을 보니 ‘스릴러’ ‘휴먼 드라마’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요소가 빼어났던 시즌 1을 따라가진 못했다. ‘설탕 뽑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이을 새 게임들이 흥미롭게 연출됐지만, 시즌 1의 등장인물인 ‘새벽’과 ‘알리’처럼 인간성을 깨우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데스 게임’이 ‘단합 대회’ 분위기로
‘오징어 게임’은 큰 빚을 지고 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린 456명이 벌이는 ‘데스 게임’을 소재로 한다. 게임에서 탈락한 455명이 죽고 승자 한 명이 모두의 목숨 값 456억원을 갖는다. 설정이 파격적이고 긴장감이 팽팽했다. 반면에 시즌 2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시작한다. 시즌 1의 우승자 ‘기훈’(이정재)이 게임을 멈추려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데, 시청자가 이미 게임을 알고 게임 운영 전모도 대략 밝혀져 ‘스릴러’로서 재미가 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처절함과 절박함을 고스란히 되풀이할 수도 없다.
이 때문인지 시즌 2는 변했다. 비장함을 덜어내고 강하늘·양동근 등 엉뚱 캐릭터와 최승현(빅뱅 탑) 같은 개성 강한 인물을 배치했다. 게임 중 참가자들이 신나는 배경음악을 깔고 단체로 열정적 응원을 하기도 한다. 곳곳에 가벼운 개그와 잡담도 넣어 ‘단합 대회’ 분위기로 보일 정도다. ‘휴먼 드라마’를 좋아했던 시청자에게는 이런 변화가 못마땅할 수 있다. 시즌 1 매력은 ‘게임 세계관’에도 있지만 인간의 초라하기도, 비열하기도, 선하기도 한 면면을 등장인물들이 보여줘 몰입을 불렀기 때문이다. 반면 시즌 2는 이병헌·임시완·강하늘·이진욱·박규영·박성훈 등 유명 배우들과 함께 돌아왔지만, 많은 인물 서사가 제각각 단편적으로 스쳐간다.
하지만 무거운 감정선을 싫어하고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매력을 느꼈던 시청자들은 시즌 2에서도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 체험 열풍이 불었을 정도로 극 중 게임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도 ‘둥글게 둥글게’ ‘팽이 돌리기’ ‘하나 빼기’ 등 새로운 한국의 놀이들이 등장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국내 시청자는 리얼리티를 중요시하고 진지한 주제도 좋아하지만 서구에선 드라마를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로 본다”며 “시즌 1은 흥미로운 게임이 있었기에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호화 출연진에도 제2의 새벽·알리 같은 감동 캐릭터 없어
시즌제 드라마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시작되는 단계다. 하지만 지금까지 후속 시즌은 앞 시즌을 연장한 ‘서비스 시즌’ 정도로 그치거나 되레 실망감을 준 경우가 많았다. ‘오징어 게임2′는 내년 1월에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시즌 1에 견줄 만한 독립적 서사를 갖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는다. 특히 게임 주최 측에 대한 ‘기훈’의 반격 부분 구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기훈은 2년간 사람을 써서 게임 초대장을 주는 ‘딱지남’(공유)을 찾아내는데, 게임에 참여한 이후 보여주는 모습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시즌 1 경찰 ‘준호’(위하준)도 사실상 역할이 없고, 이후 반격은 시즌 3로 넘겨졌다.
국내 감독들 사이에선 “시즌제가 활발한 미국 등과 제작 공정 자체가 달라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외 시즌제는 공동 작업이 많다. 올해 나온 넷플릭스 ‘외교관2′와 애플 TV+ ‘파친코2′도 여러 감독과 작가가 참여해 회차별로 나눠 집중 제작했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 1을 만들며 고생이 심해 치아 8개를 뽑았다고 했는데, 시즌 2 이후 치아 2개를 더 뽑을 것 같다고 했다. 감독 한 사람이 단시간에 완성도 높은 후속 시즌을 만드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