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SF 영화 ‘미키17′로 돌아왔다. ‘기생충’(2019)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국내 개봉은 내달 28일. 봉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키17′은 미키라는 평범하고 힘없는 청년의 이야기”라며 “땀냄새 나는 인간 얘기로 꽉 채웠다”고 말했다. 주인공 미키 역을 맡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도 전날 입국해 간담회에 참석했다.
영화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각색했다. 원작에선 미키가 7번 죽지만, 영화에선 10번 더 죽는다. 봉 감독은 “더 다양한 죽음을 통해 노동자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1000년 뒤라는 원작의 설정도 근미래인 2050년으로 당겼다. 봉 감독은 “우리가 챗GPT를 붙잡고 대화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2050년은 관객이 실제로 겪을 미래라는 설정으로, 그만큼 피부에 와닿는 SF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미키는 사채까지 얻어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폭삭 망한다.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려고 소모 인력(익스펜더블)을 자원해 우주로 파견된다. 방사능 피폭처럼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은 여러 번 죽어도 프린터에서 다시 출력되며 새 삶을 얻는다. 그러다 일이 꼬이면서 미키17과 미키18이 동시에 존재하는 혼란이 벌어진다.
봉 감독은 “인간이 프린터에서 서류 뽑듯 새롭게 출력되면서 되살아나는 설정은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며, 극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를 의미한다”며 “그렇다고 정치적 깃발을 든 것은 아니며, 미키가 힘든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영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SF 영화를 만들며 AI 시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살아남기 위해 ‘AI가 절대 쓸 수 없는 시나리오가 무엇일까’를 매일 밤 고민한다”며 “이세돌이 알파고를 굴복시킨 한 수를 뒀듯, 저도 AI가 따라할 수 없는 한 수를 세 페이지마다 하나씩 넣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간담회에서 “예전에 본 ‘살인의 추억’에서 봉 감독님의 특별한 세계관에 매료돼 같이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키17′은 워너브러더스가 배급한다. 제작비는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로 알려져 있다. 봉 감독은 “‘미키17′에는 25년 감독 경력 최초로 사랑 얘기가 나온다”며 “인간이 출력되는 와중에도 러브스토리가 있는데, 그게 제일 뿌듯하다”고 말했다. ‘미키17′은 내달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스페셜 섹션에 초청돼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