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도입부에 전시된 국보 '청자 어룡모양 주자'. /연합뉴스

길어진 연휴, 가족과 함께 고궁을 산책하거나 평소 꼽아뒀던 전시를 보러 갈 좋은 기회다.

연휴 기간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이 휴무 없이 무료로 문을 연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도 연휴에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설 연휴 다음날인 31일에는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 모두 휴관한다.

2025 을사년 세화 이미지. '푸른 뱀이 그려진 깃발을 잡고 위풍당당하게 선 수문장과 고양이들’을 주제로 손유영 작가가 그렸다. /국가유산청

경복궁에선 을사년 설맞이 세화(歲畵) 나눔 행사가 열린다. 28~30일 흥례문 광장에 가면 왕이 신하에게 하사하던 세화를 받을 수 있다. 세화는 질병이나 재난을 예방하고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그림. 올해는 손유영 작가가 ‘푸른 뱀이 그려진 깃발을 잡고 위풍당당하게 선 수문장과 고양이들’을 주제로 세화를 그렸다. 세화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열리는 수문장 교대 의식이 끝난 뒤 나눠준다. 회당 1000부씩 선착순 배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 청자' 전시실에서 한 관람객이 주요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국립중앙박물관과 지역 국립박물관도 연휴(설 당일 제외)에 문을 열고 관객들을 맞는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맑은 비색(翡色)과 빼어난 조형성으로 으뜸 가는 고려 상형청자를 만날 수 있다.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가 한창이다. 도입부에 홀로 놓인 국보 ‘청자 어룡모양 주자’를 비롯해 3부에 나온 다양한 형태의 상형청자를 꼼꼼히 살펴보시길. 투명한 유약에 두께의 차이를 세밀하게 줘서 입체감을 준 고려인들의 기법에 감탄하게 된다.

국립경주박물관 ‘소소하고 소중한’ 특별전에서 맹꽁이 모양 통일신라 벼루가 전시된 모습. /허윤희 기자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은 향(香)이 주인공이다. 옛사람들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향과 관련된 유물과 이야기를 모아 ‘향의 문화사: 염원에서 취향으로’를 열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2명의 큐레이터가 수장고에서 콕 집어낸 유물을 각자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소소하고 소중한’ 특별전이 한창이다. 납작 엎드린 맹꽁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통일신라 벼루, 신라 귀족의 바둑돌 등 44건 144점이 새로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립공주박물관에선 백제 문화에 담긴 용의 의미를 살펴보는 특별전 ‘상상의 동물사전-백제의 용’, 국립광주박물관에선 상형토기와 토우장식을 모은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이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별미' 특별전에서 한 관람객이 중국 우창숴 작가의 작품 '구슬빛'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도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을 모두 무료로 개방한다(단, 서울관은 설날인 29일 휴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별미’에선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중국 국가미술관인 중국미술관과 공동기획한 전시로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 148점을 소개한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중국 근대 회화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쉬베이훙의 ‘전마’, 치바이스의 ‘연꽃과 원앙’, 우창숴의 ‘구슬빛’ 등을 주목할 만하다. 서울관에서는 원로 작가 이강소의 60년 예술을 돌아보는 회고전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가 열리고 있다. 이미지의 인식과 지각에 대한 개념적 실험을 지속해 온 작가의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품 100여 점을 모았다. 과천관에서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이 열리고 있다.

이강소, '무제-91193'(1991). 캔버스에 유화 물감, 218.2×291c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소 회고전에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특별전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에 전시된 설치 작품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 수직으로 곧게 뻗은 나무 12그루에 TV 모니터 23대가 매달려 거대한 숲을 이뤘다. /허윤희 기자

부산에서는 백남준 전시가 한창이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은 ‘미디어 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을 중심으로 작품과 사진, 영상 등 160여점을 한데 모았다. 전시장은 연휴 내내 문을 연다.

전남 광양에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올해 탄생 120주년을 맞은 오지호(1905~1982)를 조명하는 ‘오지호와 인상주의: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가 열리고 있다. 연휴 기간 설 당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을 연다.

대구간송미술관의 첫 상설전에 나온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왼쪽)과 '청자 상감운학문매병'. /연합뉴스

지난해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의 첫 상설전시도 둘러볼 만하다.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등 조선시대 회화사를 대표하는 삼원(三園)과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관아재 조영석 등 삼재(三齋)의 작품,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과 국보 ‘청자 상감운학문매병’ 등이 나왔다. 연휴 기간 중 설 당일만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