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히트맨2′. 전편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우세했으나 코미디를 선호한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권상우 주연의 코미디 영화 ‘히트맨2′가 올해 개봉작 중 최초로 ‘100만 관객’ 기록을 세우며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송혜교의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은 개봉 전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2위로 밀려났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히트맨2′는 설 당일인 29일 하루 27만2100명이 관람해 전날보다 관객이 36%나 늘어나며 사흘째 1위를 지켰다. 같은 날 ‘검은 수녀들’은 ‘히트맨2′의 절반 수준인 14만3000명을 기록했다.

설 연휴 전 예상된 승자는 ‘검은 수녀들’이었다. 송혜교의 스타 파워에 ‘파묘’ 흥행 이후 높아진 오컬트 인기 등이 기대를 키웠다. 높은 기대는 배정된 스크린으로 증명된다. ‘검은 수녀들’의 개봉일(24일) 스크린 점유율은 24%로 ‘히트맨2′(16%)를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검은 수녀들’은 개봉 후 일일 관객이 점차 감소하며 스크린도 함께 줄었다. 29일 현재 ‘검은 수녀들’과 ‘히트맨2′의 스크린 점유율은 16% 대 20%로 역전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검은 수녀들’의 부진은 오컬트의 장르적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등의 내적 요인 외에 ‘인터넷 검열’ 논란을 자초한 제작사의 과잉 대응도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사인 영화사 집은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스포일러 때문에 제작사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임시조치(삭제)를 요청해 실제로 반영됐다. 이미 개봉해 정보가 공개된 영화의 나무위키 항목이 삭제되며 관련 정보가 사라진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예술한다는 영화사에서 검열을 하나” “얼마나 망작이기에 이러느냐” 등의 부정적 반응이 확산됐다. 영화사 집 측은 본지 통화에서 “관객 평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악의적인 서술이 지나치게 많아 개봉 전까지 닫아두려던 것”이라며 “요청을 개봉 전에 했는데 반영이 늦게 됐다”고 밝혔다. ‘검은 수녀들’ 항목은 여러 비판 항목이 삭제된 채 29일 새벽에 다시 열렸다.

설 극장가의 조용한 승자는 ‘서브스턴스’와 ‘러브레터’다. 개봉 8주 차인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의 힘을 받아 33만명을 돌파하며 전체 5위에 올랐다. 아홉 번째 재개봉한 ‘러브레터’도 꾸준히 관객을 모아 9만9000명을 넘어섰으며 개봉 한 달째인 31일 1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10만 관객은 작년 개봉한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가 두 달 걸려 달성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