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영화감독 홍상수. /AP연합뉴스

영화감독 홍상수(65)가 연인인 배우 김민희(43) 없이, 홀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홍 감독은 20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자신의 33번째 장편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What Does that Nature Say to You)’의 프리미어 및 프레스 컨퍼런스(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홍 감독은 검은색 상의와 코트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포토타임에는 홍 감독과 함께 배우 하성국, 권해효, 조윤희, 강소이가 참석했다. 하지만 홍 감독의 아이를 임신한 김민희는 불참했다. 앞서 지난 19일 홍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 베를린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홍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다스러운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며 이야기가 그저 주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주어진 것’으로 부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때 주어진 것은 이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라며 강소이로부터 ‘부모가 시골에서 닭을 직접 키우고 산다’는 얘기를 듣고 이 영화를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족에 초점을 맞춘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메시지 형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이 재료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이 영화는 30대 시인 동화(하성국)가 여자친구 준희(강소이)의 부모 집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홍 감독은 이 영화를 강소이 부모의 실제 집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하성국은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영화의 모든 디테일은 어떤 면에서 내가 의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는 아니다”라며 “나는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말하기가 항상 꺼려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입장과 고정관념, 비언어적 표현이 한데 섞여 있다. (관객이) 서로 다른 요소를 골라내 감상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