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 후 가수 이미자(84)가 부른 노래는 2500여곡. 대부분의 선율은 구슬프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에 많은 이가 위로를 받았다. 파독 광부들은 ‘살고 싶어지는 노래’로 여겼다. 66년간 그는 ‘엘레지(elegy·애가)의 여왕’으로 불렸다.
평생 대중의 애환을 달래 온 이미자가 4월 26·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미자는 이 공연에 ‘고별 무대’란 수식어를 붙였다. 은퇴를 선언한 것일까? 5일 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을 만난 그는 “이 공연을 끝으로 제 노래로 콘서트나 레코딩(음반 취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모든 활동의 단을 내리는 은퇴 선언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것(내달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다”면서도 “향후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이라도 전할 방송이나 신문 지상의 기회가 마련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연 이름은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으로 붙였다. 평소 자신의 공연 무대에 다른 가수는 올리지 않았던 철칙도 깼다. 후배 가수 주현미와 조항조, TV조선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3에서 진을 차지한 정서주가 함께 무대에 선다.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섬마을 선생님’ 등 이미자의 대표곡을 함께 부르며 그의 맥을 잇는다는 뜻에서 공연 이름을 붙였다. 이미자는 “좋은 후배들이 너무 많지만 다 부를 수 없기에, 함께 설 이들을 고르고 골랐다”며 “현재 방영 중인 미스터트롯3의 진이 정해지면 그 친구도 (무대로) 초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자는 이날 “이번 공연이 마음 편히 마지막을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그는 “사실 지난해 데뷔 65주년을 기점으로 이제 더는 무대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때마침 전통가요의 맥을 물려줄 공연이 기획돼 기뻤다”고 했다.
전통 가요의 시대정신을 보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자는 “제 노래도 요즘 청년들은 아마 졸립다고 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전통 가요는 우리 부모 세대와 함께 시대 흐름을 대변해온 노래라고 자부한다. 그 정신을 잊히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 “TV에서 동백아가씨가 33주나 1등을 하는데도 우리 노래는 질 낮은 하류 서민층 노래, 서구풍 노래는 상류층의 것이란 평에 소외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며 “그러나 음폭이 넓은 우리 가요를 잘 부르면 어떤 서구 장르도 쉽게 부를 수 있다. 특히 노래 속 슬픔과 기쁨을 제대로 표현할 가사 전달력, 정박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자리에 동석한 주현미는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등 선생님 노래는 엄마가 밥 지으며 흥얼거리던 그때의 삶들을 지금도 느끼게 해준다. 그 정서를 잘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조항조는 “저를 골라주신 선생님께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어깨가 무겁다”며 즉석에서 이미자를 향해 자신의 노래 ‘고맙소’를 불렀다. 그 모습에 함박웃음을 짓던 이미자가 말했다. “이제야 지난 가요 생활 66년에 대해 아무 여한 없이, 행복한 가수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간 속상함, 죽고 싶은 마음 등 다양하게 거쳐왔지만 이 자리만큼은 표현할 수 없이 기쁜 마음입니다.”
이미자의 고별 무대 예매는 6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