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生)과 관련된 모든 것은 ‘짓다’라는 단어에 의해 행해진다. 의식주가 그렇다. 사람이 입을 옷도 짓고, 사람이 먹는 밥도 지으며, 사람이 사는 집도 짓는다. 또한 수많은 사람 속에 묻혀 있는 내가 누구인가를 명명(命名)하기 위한 이름 또한 짓는다.
이뿐만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약도 짓는 것이고, 시(詩)나 가사도 짓는다. 어떠한 일을 마무리하는 것에도 ‘짓다’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리도 하나의 단어가 모두 인간의 삶과 관련된 것들하고만 연결 지어진 것일까. 그래서 이 수많은 ‘지음’에 대해 생각해보니 모두 다 재료가 필요한 것들이다. 옷은 천과 실이 필요하고, 밥은 쌀이 필요하며, 집은 그 집이 놓일 터와 그 위에 탄탄히 쌓아 올릴 골격과 벽돌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은 대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라는 주체의 행동에서 동작의 대상이 되는 것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짓는’ 것이다. 거기다 무언가를 짓기 위해서는 노력과 애틋함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는 잘못 지어지거나 허물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 단어는 참으로 사람의 생애와 닮았다.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재료들이 필요하고, 그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대상으로 완성해야 한다.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들을 재료 삼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어떠한 대상으로서 완성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어 낸 그것을 보고 최후의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하다. 다만 바라는 것은 내가 지어낸 그것이 나와 사람들 모두를 함께 웃음짓도록 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나만 보기에 흐뭇한 무엇보다는 좋은 옷을 선물하듯, 맛있게 만든 음식을 나눠 먹듯, 따뜻한 집에서 쉴 수 있듯, 부모가 온마음을 다해 지었을 이름을 듣고 누군가 반가워하듯 내가 지어낼 인생의 많은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웃음짓는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의 하루가 웃음 ‘짓다’로 끝나기를 바라며 글을 매듭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