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북미 개봉 후 첫 주말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 감독의 영화가 북미 박스 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은 정창화 감독이 연출한 홍콩 영화 ‘죽음의 다섯 손가락’(1973) 이후 52년 만이다.

10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미키17' 포스터가 걸려 있다. /뉴시스

9일(현지 시각)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 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키17’은 개봉일인 7일부터 9일까지 북미 지역 3807개 상영관에서 1910만달러(약 277억원) 티켓 매출을 올리며 1위를 차지했다. 북미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3420만달러를 벌어들여 전 세계 매출은 5330만달러(약 775억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미키17’의 북미 개봉 첫 주 매출을 최대 2000만달러로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손익 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배급사 워너브러더스는 ‘미키17’에 제작비 1억1800만달러(약 1716억원), 마케팅 비용 8000만달러(약 1163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라이어티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키17’이 상영 기간 동안 흑자를 내려면 2억7500만~3억달러를 벌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데드라인은 “미키17의 수익 전망은 밝지 않다”면서 “지나치게 복잡하고 차가운 SF 영화로 다가왔고, 더 많은 대중을 끌어들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북미 외 지역에서는 한국(첫 주 기준 900만달러) 매출이 가장 컸고, 프랑스(290만달러)·영국(270만달러) 순이었다. 중국에서도 7일 개봉하며 한한령 완화 기대감이 커졌으나, 첫 주 매출 130만달러에 그쳤다.

관객 반응도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10일 오후 기준 평론가 점수 78%, 일반 관객 점수 72%를 기록하고 있다. 관객 점수 기준으로 봉 감독의 전작 ‘기생충’(95%), ‘살인의 추억’(92%), ‘마더’(89%)보다 낮고, ‘설국열차’(72%)와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