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각 진영의 주장을 담은 정치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다큐는 극영화에 비해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해 혼란한 시국에 지지 세력 규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극장가에 진출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지지 세력의 민주 투쟁을 보여준다는 다큐 ‘다시 만날, 조국’은 내달 개봉한다. ‘그대가 조국’(2022)에 이은 두 번째 조 전 장관 다큐다. ‘그대가 조국’은 관객 33만명을 기록해 역대 다큐 흥행 9위에 올라 있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는 국민과 정치적 탄압에도 꺾이지 않았던 조국, 민주 연합 세력의 뜨거운 여정을 담았다”고 밝혔다. 다큐 후원을 위해 지난 13일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은 오픈 2시간 30분 만에 목표액인 5000만원을 달성했으며, 5일 만에 4250명이 2억2300만원(17일 오후 10시 현재)을 후원했다. ‘다시 만날 조국’은 배우 조승우가 주연한 영화 ‘말아톤’(2005)의 정윤철 감독이 연출했다. 정 감독은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모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심인 다큐도 내달 관객을 만난다. 영화 ‘별들의 고향’(1974)의 이장호 감독이 만든 ‘하보우만의 약속’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이 실시한 정책 사이의 연결성을 탐구하고 두 대통령 재임 30여 년간 대한민국 발전상을 재조명한다. ‘하보우만’은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줄임말이다. 이 감독은 지난해 제작 발표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저도 한때는 두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만 여겼다”며 “저처럼 속아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변한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태극기 집회, 7년의 기록’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발의된 2016년 12월 3일 시위부터 7년간 이어진 전국 집회 현장을 보여준다. 제작사 거짓과진실의 우종창 대표는 17일 본지 통화에서 “내달 초 대구에서 첫 시사회를 추진 중”이라며 “박 대통령과 여러 우파 유튜버를 시사회에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개봉한 12·3 계엄 옹호 다큐 ‘힘내라 대한민국’은 윤 대통령 석방이라는 호재에도 관객이 점차 감소해 박스오피스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가 16일 16위로 다소 반등했다. 누적 관객은 6만9214명(16일 현재)이다. 다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이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주장하며 포스터에도 윤 대통령을 앞세우고 있으나 윤 대통령 관련 분량은 전체 115분 중 10분 미만이다. 주로 공산주의의 위험성과 반공 교육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2년 전 대통령 취임식 영상의 자막을 변조해 ‘대통령 복귀식’이라고 보여주고 “윤석열 대통령 직무 복귀를 축하드립니다!”라고 외치며 마무리한다. CGV의 실관람객 평가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라는 평과 “완성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평이 엇갈렸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당선되기까지 1년 여정을 찍은 ‘준스톤 이어원’(6일 개봉)은 관객 3523명(16일 현재)으로 흥행 성적이 저조하다. ‘준스톤 이어원’의 이종은 감독은 본지 통화에서 “이 의원이 낙선하더라도 인간적으로 담아보려고 착수했던 다큐”라며 “예상보다 관객이 적긴 하지만 단체 관람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