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리서치 ‘세대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다섯 중 넷(83%)은 ‘우리 사회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세대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절반(48%)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단 10년 차 미만의 30대 소설가들이 ‘세대 갈등’과 ‘세대 간 화해’를 그린 소설로 국내 문학상을 잇달아 받고 있다. 한국 사회의 풀리지 않는 난제를 젊은 작가들이 문학적으로 그리며 대안을 모색하는 시도로 보인다.
지난달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예소연(33)의 단편 ‘그 개와 혁명’이 대표적이다. 86세대 아빠와 딸의 관계를 그렸다. 노동 문제에는 목소리를 높여도 가사 노동에는 큰 관심이 없는 아빠 ‘태수씨’. 화자인 ‘나’는 아빠의 암 투병을 옆에서 돕고, 결국엔 상주로 장례식까지 치른다. 죽기 전 태수씨는 장례식장에 반려견 ‘유자’를 데려오라고 부탁한다. 장례식장은 유자의 출현으로 난장판이 된다. 장례식장에 개를 데려온 두 딸에게 엄마는 “니들 진짜 미쳤니?” 소리를 지른다. 이에 화자는 태수씨의 목소리를 흉내 내 말한다.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이 소설은 한 시대의 종결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읽힌다. 그러나 칼 같은 끝은 아니다. 배웅에 가깝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린 대담에서 예소연은 “우리 삶에 유연함이 좀 더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소설가는 “우리가 잘못 알아차릴지언정 우리에겐 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흔적처럼 분명히 존재한다”며 “불필요한 인습이나 부조리는 당연히 지적하되 세대에 따른 진정성은 서로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세대 문제는 사실주의 소설 전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테마지만, 최근에는 86세대의 자녀가 화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두드러진다”며 “이야기의 주체였던 사람들이 객체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86세대는 아래 세대에 의해 객관화되고 타자화되면서 약점과 모순을 드러낸다”며 “이들이 정립한 현재의 사회·정치 시스템이 과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인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이 소설에 기민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모자(母子) 간의 애증도 소재가 된다. 지난해 말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소설가 박선우(39)의 장편 ‘어둠 뚫기’는 엄마와 30대 중후반 게이 아들이 중심 인물이다. 미싱사로 일하며 두 아들을 홀로 키워낸 엄마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아들이 한집에 살며 티격태격한다. 엄마는 아들이 게이인 것을 모를 리 없지만 “며느리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은행원이었으면 좋겠다”며 심사를 뒤틀리게 한다. 그러나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들에게 “살아 이놈아”라며 등을 후려치는 엄마는 화자가 어둠을 뚫고 한 걸음씩 발을 떼게 하는 힘이 된다.
심사에 참여한 정한아 소설가는 세대의 갈등을 담은 소설이 최근 빈번히 나오고 주목받는 이유로 “시대의 불안을 읽고 그 불안과 화해하거나 어떤 방식의 매듭을 지으려는 것이 문학의 한 역할인 것 같다”며 “현실의 불화, 불통, 단절이 오히려 이런 소설이 나오게끔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고령화 사회에선 세대 갈등의 범위가 넓어진다. 지난해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Axt) 5~6월호’에 실린 소설가 백온유(32)의 ‘반의반의 반’은 할머니 ‘영실’로부터 손녀 ‘현진’으로 이어지는 여성 3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생 우아하고 강인했던 영실은 나이가 들수록 애정에 목마르다. 그녀는 딸과 손녀를 믿지 못하고, 요양보호사에게 의지한다. 심지어 그 요양보호사가 돈 5000만원을 훔쳤는데도 요양보호사를 싸고돈다. 현진은 속으로 묻는다. “그런데 지금의 태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어느 정도까지가 위악인지, 어느 정도까지가 노망인지, 알 수 없어졌다.” 현진은 영실의 속을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이해해 보려고 애쓴다. 백 소설가는 이 소설로 지난달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