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사람들끼리 만나면 “팬데믹 이후 관객들 간 자리 소음 다툼이 잦아졌다”는 말을 종종 나눈다. 전염병이 돌던 시절 도입된 ‘띄어 앉기’ 덕분에 한동안 쾌적하게(?)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팬데믹이 끝나면서 서로 간의 간격이 사라지자 이를 불편하게 느끼고 몰입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 것이다.
공연장에서 나만 즐기겠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예컨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만 해도 좌석이 3000석이다. 동행이 있다손 치더라도 최소 1000명 넘는 타인과 공연을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공간처럼 시간을 갖고 싶단 생각은 지나친 욕심 아닐까. 한 연말 뮤지컬 공연 인터미션 때 대극장 3층에서 가족 관객 두 팀 간 실랑이가 생긴 적이 있다. 서로가 관람을 방해한다며 시비가 붙었는데, 결국 한쪽은 관람을 포기하고 극장을 떠났다. 남은 가족은 그 틈에 자리가 불편하다면서 3층 좌석을 1층으로 옮겨줄 것까지 요구했다. 서로 조금만 배려했다면 모처럼의 극장 나들이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객 간 배려는 자발적일 때 더 아름답다. 얼마 전 최근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를 보러 갔다. 미리 찾아본 리뷰 중에는 ‘사운드가 정말 중요한 작품이니 관람 중 절대 팝콘을 먹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옆에서 부스럭거리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몰입감도 깨질 것 같아 한참을 숨을 죽였다. 이름 모를 리뷰어에게 감사드린다.
영화나 공연은 혼자 TV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비극적 죽음을 맞는 배우의 연기에 함께 눈물 흘린다. 싱어롱 영화관이 인기 있는 이유도 바로 함께 즐기는 특별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물론 숨죽이는 것도 함께 숨죽여야 완벽한 경험이 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손해 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너그럽게 웃고 넘어갈 일도 지적하고 화를 내고 싸움까지 번지는 일이 다반사다. 모두 나만 생각해서다. 그런데 공연장은 묘한 곳이다. 내가 먼저 숨죽이고 타인을 배려하면 우리 모두가 완전히 몰입해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나의 몰입을 위한 행위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되는 것이다. 그것도 공연장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