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가 법원으로부터 ‘독자적인 연예 활동 금지’ 판단을 받았음에도 소속사 어도어와 합의되지 않은 새 팀명으로 신곡 발표를 강행하고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도어는 즉각 “일방적인 행보”란 입장을 밝혔다.
뉴진스는 23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각)부터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콤플렉스콘’(ComplexCon)에 ‘NJZ’란 이름으로 출연하고, NJZ 상표를 활용한 굿즈들을 판매했다. 이 이름은 멤버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소속사 어도어에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이후 써온 새 팀명이다. 소속사 어도어는 법원에 멤버들이 소속사 동의 없이 NJZ 이름으로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걸 막는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21일 전부 인용 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틀 만에 뉴진스가 법원 결정에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뉴진스는 이날 무대에서 자신들을 개개인의 이름으로 소개하며 직접적인 그룹명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신곡 무대를 공개하며 배경 영상에는 ‘NJZ’ 문구를 적고, 공연 직전 주최 측의 출연진 소개에도 수차례 NJZ란 이름이 쓰였다.
멤버들은 또한 신곡 무대 직후 “오늘이 당분간 마지막 무대가 될 것 같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잠시 활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어도어 소속의 ‘뉴진스’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하길 거부하고, 법적 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단 입장을 알린 것이다. 이들은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지금 꼭 필요한 결정”이라며 “이건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다. 그래야만 더 단단해져서 돌아올 수 있다. 큰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멤버들의 활동 중단 계획은 사전에 소속사 어도어에 전혀 공유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던 어도어는 ‘뉴진스의 소속사’로서 돕겠다며 23일 홍콩 공연 현장에 자사 직원들을 파견했고, 공연 주최 측에도 “이번 공연은 ‘NJZ’가 아닌 ‘뉴진스’의 공연이자 어도어 소관”이란 의사를 전달한 뒤 멤버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어도어는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뉴진스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공연을 강행한 것과 일방적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효한 전속계약에 따라 뉴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빠른 시간 안에 아티스트와 만나 미래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요계에선 뉴진스의 이 같은 결정이 공연 직전 가진 외신 인터뷰에 쏟아진 비판을 인식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멤버들은 지난 22일 미국 타임지에 “(법원 판단에) 실망했다”며 판결 내용을 저격하는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등의 발언 내용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그룹 분쟁을 해결한다면서 K팝 산업 전체를 비하하고 있다” “법 위에 있는 그룹”이란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법조계에선 뉴진스의 이 같은 일방적인 행보가 향후 전속계약 분쟁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희진 가로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뉴진스가 이의 제기 절차에 돌입한다고 해도 지금은 가처분 인용의 법적 효력이 발휘된 상태”라며 “이를 무시할 경우 향후 본안 소송에서 위약금과 손해배상 액수와 산정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했다. 장 변호사는 또한 “실제 청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이미 공연 강행과 굿즈 판매만으로도 원칙적으로는 소속사가 법원에 (법적 의무 이행 불성실 일수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받기 위한) 간접강제 신청을 할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