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으로 사랑을 다 보여주는 인물이에요. 관식이란 인물이 저는 참 멋있어요.”(관식 역 박보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매주 뜨겁고 시린 인생사를 풀어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TV쇼 시청 순위로 연일 국내 1위고, 세계 순위는 4위(24일 플릭스패트롤 기준). 제주 소녀 주인공 애순의 할머니부터 애순의 딸 세대까지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주인공은 남편 관식이다. 애순의 듬직한 우군으로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관식에 시청자가 감탄했다. 남자들만의 밥상에서 몸을 돌려 아내 애순과 겸상하는 관식만의 ‘반바퀴 혁명’ 장면은 특히 화제.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니라 마음을 울렸다. 하루 벌어 하루 살던 앳된 관식의 얼굴은 늘 핏기가 없을 정도로 가장의 짐은 무거웠다. 그 성실함으로 가족이 밥술을 떴다. 청년 관식을 연기한 배우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24일 만난 박보검은 ‘관식이 안쓰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의외로 세 번이나 부정했다. “관식은 안쓰럽기보다 행복으로 가득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무탈하기를 바라고 뭐든 다 해주고 싶었어요. 관식을 연기하면서 안쓰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요.”
청춘 스타 박보검을 캐스팅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의 외양은 멋있을 새가 없었다. 해진 옷에 그을린 얼굴, ‘소 죽은 귀신이 씌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주변 없는 관식이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에게 인기였다. 어디라도 특출난 면이 있는 ‘알파남’이 주인공인 드라마의 공식을 거스른다는 점에서도 관식의 인기는 일면 ‘혁명’이었다. 박보검은 “말도 표정도 많지 않지만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게 관식이에요. 까까머리 시절부터 애순에게 꽃 핀도 선물하고 애순 먹으라고 조구(조기)도 챙겨주잖아요”라며 “관식은 가족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고, 그 사랑을 잘 기억했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전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 점을 시청자들이 좋게 보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 중 박보검이 연기한 ‘청년 관식’은 세월이 흐르며 배우 박해준이 연기하는 ‘중년 관식’으로 넘어간다. 청년 관식의 출연 분량이 길지 않아 오히려 시청자들이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그는 작품 출연만으로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했다. 극본을 쓴 임상춘 작가의 팬이라고도 했다. 그가 꼽는 ‘폭싹 속았수다’의 가장 좋은 점은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들이 멋지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애순·관식 부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니 극 중 도동리 마을 ‘식구’들이 한마음으로 먹을 거, 입을 거 챙겨주는 장면이 가장 뭉클하게 기억난다”면서 “부부가 막내 자식 동명이를 잃은 부분에선 마을 식구들이 그들을 아끼는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진짜 나의 할머니, 나의 이모처럼 느껴져 뭉클하게 촬영했어요. 제가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이 드라마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 어른, 가족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폭싹 속았수다’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고 시청자에게도 “폭싹 속았수다”(‘고생 많았습니다’의 제주 사투리) “잘 견뎌왔다”고 말해주는 작품이라 했다. “나문희 선배님(애순의 할머니)과 염혜란 선배님(애순의 어머니) 대화 장면 중 여러 힘든 일에도 삶이 소풍이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저희 작품이 삶을 소풍으로 긍정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