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걸그룹의 격돌’. 올 상반기 가요계에 부는 바람을 평가하는 반응이다. 이달부터 신인 걸그룹들의 데뷔와 컴백 활동이 이어진다. 자본이 풍부한 대형 기획사뿐 아니라 중소 기획사까지 신선한 얼굴의 걸그룹과 유명 프로듀서진을 앞세운 신인들을 선보이며 가요계 여성 그룹들의 세대 교체를 이끌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올 상반기 산하 음반기획사들의 대형 신인 걸그룹 두 팀을 동시에 출격시켰다. 자회사 SM엔터는 지난달 24일 8인조 걸그룹 ‘하츠투하츠’를 선보였다. 역시 자회사인 스타쉽은 24일 5인조 걸그룹 ‘키키’의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한 달 간격으로 새 걸그룹을 잇달아 선보인 것이다. 하츠투하츠는 지난해 5월 SM엔터가 카카오엔터에 합병된 후 처음 선보이는 신인 걸그룹이다.
두 그룹은 각자 소속사를 대표하는 선배 걸그룹의 인기를 계승할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출발한 하츠투하츠는 선배 걸그룹 에스파 이후 SM이 4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지난해 노래 ‘Supernova’로 인기를 끌며 ‘쇠맛’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했던 에스파의 퍼포먼스를 닮은 칼군무를 앞세우고 있다. 몽환적인 화음을 내세운 알앤비곡 ‘더 체이스’를 데뷔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출신 멤버 카르멘을 포함한 다국적 구성도 화제가 됐다. 인도네시아 출신이 대형 기획사 걸그룹으로 데뷔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26일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리얼리티 예능 ‘챗 하츠투하츠’도 추가로 공개한다.
5인조 걸그룹 ‘키키’는 멤버 구성을 10대 한국인으로만 채웠다. 일명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10대 청소년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선배 그룹 아이브의 제작자인 서현주 스타쉽 부사장이 직접 기획을 맡았다. 타이틀곡 ‘I DO ME’를 비롯해 6곡이 담긴 데뷔 앨범 ‘UNCUT GEM’에선 10대들의 발랄한 파티를 떠올리게 하는 댄스 힙합곡을 주제로 삼았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중소 기획사에선 스타 프로듀서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는 중이다. 신생 기획사 타이탄 콘텐츠는 이달부터 7인조 걸그룹 ‘앳하트’의 데뷔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정식 데뷔는 7월이지만 멤버 개개인의 프로필 공개와 함께 SM 출신 기획자 강정아, 스타 안무가 리아킴이 합심해 기획한 그룹임을 강조하며 사전 데뷔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소 기획사 하이엣 엔터테인먼트는 내달 8일 7인조 신인 걸그룹 이프아이를 출격시킨다. ‘퀸덤2’ ‘방과 후 설렘’ 등에서 안무 총괄을 맡으며 K팝 협업으로 이름을 알려온 안무 디렉터 류디가 제작을 맡은 점을 전면에 강조 중이다. 이 밖에 지난해 11월 데뷔한 7인조 걸그룹 ‘이즈나’(CJ엔터 자회사 웨이크엔터 소속)는 블랙핑크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테디’가 프로듀싱을 직접 맡았다. 그보다 한 달 앞서 데뷔한 7인조 걸그룹 ‘세이마이네임’(소속사 iNKODE)은 동방신기 출신 김재중이 대표 프로듀서로 제작을 맡았다. 두 그룹 모두 이달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걸그룹 사이 ‘10대 팬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츠투하츠는 어린이 인기 캐릭터 ‘캐치!티니핑’과 협업 소식을 정식 음원 데뷔보다 먼저 발표했다. 향후 굿즈 디자인과 뮤직비디오 제작 등 다양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키키는 자신들의 대표 매력으로 ‘젠지미’(Gen Z와 美를 결합한 신조어)를 강조 중이다. 삐삐, 노래방 화면 등 10대 사이 인기를 끄는 레트로 요소를 뮤직비디오에 등장시키고, 데뷔 전부터 ‘잼 공장’ 콘셉트로 꾸민 아기자기한 캐릭터 홈페이지와 굿즈로 10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