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소프라노스’ 등 오랜 명작부터 ‘화이트 로투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 최근의 화제작까지. ‘드라마 명가’로 꼽히는 미국 케이블 채널 HBO의 작품들이 한국에 왔다. 국내 OTT 쿠팡플레이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손잡고 지난 21일부터 HBO와 자매 OTT 회사 Max의 오리지널 작품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쿠팡플레이 내에 현재 140여 작품의 스트리밍이 시작됐고 신작도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HBO 일부 작품이 국내 케이블 채널이나 OTT를 통해 서비스된 적은 있지만, OTT 한 곳이 통째로 독점 서비스하는 것은 처음이다. ‘미드’ 애호가들의 마음은 들떠 있다. 불법적인 경로가 아니면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드라마까지 손쉽게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시청 후기들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제작자 “한국 공개에 들떠”
HBO는 에미상이나 골든글로브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작을 배출하는 단골 채널 중 하나다. ‘섹스 앤 더 시티’ ‘가십걸’(리부트) 같은 트렌디한 작품들로도 유명하지만, 탄탄한 세계관과 날카로운 메시지 등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작품이 많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그간 해외에서 주목받았지만 국내에선 볼 수 없어 아쉬움을 샀던 작품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더 라스트 오브 어스’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곰팡이가 사람을 숙주로 삼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팬데믹 세상의 생존기로, 첫 시즌(2023)이 에미상 24부문 후보에 올라 8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돌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출연한 ‘화이트 로투스’ 시즌 3는 지금 인기 있는 작품이다. 하와이·이탈리아·태국 등 시즌별로 달라지는 휴양지 고급 리조트에서 사망 사건이 벌어지고 시간을 되돌려 인물들의 진실을 추리해 나간다. 에미상 작품상 등을 받았다.
‘현대판 왕좌의 게임’으로 불리기도 하는 ‘석세션’도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과 겨뤄 골든글로브 드라마 작품상을 받은 작품. 가문 후계를 둘러싼 암투와 심리를 그린다. 그 밖에도 콜린 패럴이 열연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더 배트맨’의 파생작 ‘더 펭귄’, ‘듄’ 세계관을 이은 ‘듄: 프로퍼시’ 등도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왕좌의 게임’ ‘하우스 오브 드래곤’ ‘트루 디텍티브’ 등 옛 인기작도 다시 찾고 있다.
◇HBO의 색깔은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
HBO 작품이 들어오면서 국내 드라마 시장에 또 다른 바람이 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드라마와는 다른 색깔의 드라마를 접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해외의 좋은 작품은 국내 드라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기대감은 HBO 드라마 제작진 역시 마찬가지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총괄 제작자인 크레이그 메이진은 26일 오전 화상 인터뷰에서 “막내딸과 아내, 저까지 모두 열렬한 BTS 팬이라 이제 한국에서도 이 드라마를 본다는 것에 매우 들떠 있다”며 “한국은 앞으로의 트렌드를 알려주는 나라다. 한국 관객이 이 작품을 좋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에미상 작품상·감독상·각본상 3관왕을 했던 HBO ‘체르노빌’의 각본가이기도 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추구한다고 했다. 그는 “원자로든 곰팡이 재앙이든 간에 모두에게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더 나은 인간의 본성에 말을 걸며 사람들이 좀 더 부드럽고 친절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작가 할리 그로스는 인터뷰에서 HBO 드라마에 대해 “캐릭터에서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추구한다. HBO는 복잡한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표현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반(反)영웅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시 영웅적인 인물로 트렌드가 더욱 이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내에서도 비현실적이고 독특한 장르물이 크게 늘어났다가 다시 보편적인 주제의 드라마가 인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메이진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웃고 울고 사랑에 빠지고 가슴 아파하는 그런 아주 작은 것들 같다”고 했다.
☞HBO
1972년 설립된 미국의 유료 케이블 채널이다. 시청료를 토대로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잡은 양질의 드라마를 만든다는 평판이 형성돼 있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 많고 에미상과 골든글로브 등 수상작도 다수 배출해 ‘드라마 명가’로도 불린다. 현재는 쿠팡플레이가 HBO 모든 작품을 국내에 서비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