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제일 잘한 것은 엄마가 된 것과 아이를 많이 낳은 거예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남편 오수원(47)씨와 다섯 남매를 키우는 홍은미(45)씨에게 ‘아이가 많아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홍씨는 “지금도 아이들의 예전 사진을 보면 ‘사랑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아이를 많이 낳은 선택을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부부는 2015년 9월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남편 오씨가 37세, 아내 홍씨가 35세 때였다. 오씨 고향은 충북 충주였고, 홍씨 고향은 충남 서천이었다. 남편은 인터넷 통신업체 매니저로, 아내는 외식업체인 CJ푸드빌에서 매장 점장 등으로 경력을 쌓고 있었다. 둘 사이 접점은 없었다.
인연은 우연히 찾아왔다. 고향에서 이불 가게를 하는 홍씨 어머니 가게에 오씨 부모님 지인이 우연히 손님으로 온 것이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 홍씨 어머니가 “시집 안 간 딸이 있어 걱정”이라고 하자, 이 지인이 “우리 동네에 괜찮은 총각이 있다”고 한 것이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살고 있었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였다. 부부는 “처음엔 둘 다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9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홍씨는 “점퍼를 입고 나온 털털한 남편 모습에 호감이 갔다”고 했고, 오씨는 “어느 날 눈 떠 보니 결혼식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홍씨는 남편을 꼭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 하지만 늦깎이 결혼에 임신은 쉽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아 의학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첫 시험관 시술에 성공해 초음파 영상에서 아기집이 보였다. 하지만 임신 7주가 지나도록 아이 심장 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홍씨는 “사실 ‘아직 휴직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임신이 이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유산되고 나니 ‘아이가 그 말을 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1년 뒤 홍씨는 다시 임신했다. 고령 출산에 쌍둥이였지만 임신 기간 중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19년 8월 첫째 도현(3.45kg·아들), 둘째 윤수(2.98kg·딸)가 그렇게 찾아왔다. 남편 오씨는 “부모님께서 장가 못 간 아들 때문에 많이 속상해하셨는데, 손자·손녀가 한꺼번에 생기니 그렇게 좋아하실 수 없었다”며 “살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고 했다.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됐다. 출산 전부터 휴직에 들어갔던 아내가 주 양육자가 됐다. 홍씨는 “산후 도우미가 퇴근하고 남편이 집에 올 때까지 한 시간 동안 식은땀이 났다”고 했다. 다행히 홍씨 이모가 석 달 동안 일주일에 나흘씩 집에 와 먹고 자면서 육아를 도왔다. 홍씨는 “이모가 본인의 집에 갈 때마다 막막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부부는 다시 또 임신을 시도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형제 자매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 홍씨는 “결혼하고 애를 낳아 키우다 보니 가족의 소중함을 점점 더 느꼈다”고 했다. 남편 오씨는 “우리가 나이가 많으니 젊은 부부들과 비교해 앞으로 애들과 함께 있어줄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형제 자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2021년 9월 하늬(2.17kg)·하랑(2.22kg)·하율(2.15kg) 세 딸이 1분 간격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남편 오씨는 첫째와 둘째 어린이집 등원 때문에 산모 옆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임신 35주 차에 나온 아이들은 덩치가 작아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다.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태아 임신은 조산 등으로 인해 아이 건강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은데, 다섯 아이는 지금까지도 건강하다. 오씨는 “다른 쌍둥이 부모와 이야기해 보면 아픈 아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다섯 모두 건강하게 태어나서 너무 다행이었다”고 했다.
아내 홍씨는 지금도 육아휴직 중이다. 외식업에서 18년 동안 경력을 쌓았는데, 6년간 경력이 단절된 것이다. 홍씨는 “후회는 없다”고 했다. 오히려 “아이를 많이 낳아 육아휴직을 길게 쓸 수 있었다”며 “가계 수입은 줄었지만 아이들 정서가 안정적인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오전 8시 20분 홍씨가 유치원 버스에 첫째와 둘째를 태워 보내고, 오전 9시~9시 반 사이 부부가 돌아가며 셋째·넷째·다섯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가족 일과의 시작이다. 오씨가 출근하면 홍씨가 빨래와 설거지 등을 하고, 집에 돌아온 오씨가 아이들을 씻긴다. 부부는 “아이가 많다 보니 해도 해도 집안일이 쌓인다”며 “어질러진 바닥은 이제 아이들과 같이 정리한다”고 했다. 홍씨는 조만간 복직도 할 계획이다. 그는 “휴직이 길어지다 보니 회사에 대한 미안함도 생기고 몸이 일을 기억할까 걱정도 된다”면서 “복직 후 일단 부딪쳐보고 정 안 되면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거나 내가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써 볼 생각”이라고 했다.
부부는 “돈을 생각하면 아이를 못 낳는다”고 했다. 부부는 “‘자기 먹을 건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옛말도 있지만 옷이나 장난감은 중고로, 학업은 기본적인 것 위주로만 할 생각”이라며 “잘 먹고 잘 노는 게 제일 중요하다. 똑똑하면 더 좋겠지만 건강하고 인성 좋은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 오씨는 “출근할 때 아이들이 와서 뽀뽀해 주고, 퇴근할 때 ‘아빠 왔냐’고 반겨줄 때면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다”며 “육아도 육체적으로 점점 편해지고 있다”고 했다. 홍씨는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게 하려면, 이미 낳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 지원 정책이 앞으로 아이를 낳을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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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