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즈 가수 리사 오노(63)는 아시아에서 보사노바(bossa nova) 음악을 알리는 데 가장 앞장선 인물로 꼽힌다. 1999년 음반 ‘Dream’은 보사노바가 낯설던 아시아 지역에서만 20만장 판매고를 올렸다. 포르투갈어로 새 물결이란 뜻의 보사노바는 브라질에서 기원한 음악으로 삼바(samba) 리듬을 기반으로 한다. 그의 노래는 한국에선 주로 카페 음악, 일본에선 포트와인과 자동차 등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CM송 목소리로 사랑받았다. 공기를 한껏 머금고 부드럽게 울리는 음색이 달콤한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리사 오노는 한국의 인상에 대해 “정열적인 나라”라고 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그는 ”첫 내한 때 보사노바 명곡인 ‘The Girl from Ipanema’를 불렀는데, 제목을 말하자마자 관객 한 명이 벌떡 일어나 ‘야호!’를 외쳤다”며 활짝 웃었다. 내달 30·31일 13년 만의 서울 단독 공연(마포아트센터), 6월 1일 첫 대구 공연(아양아트센터)을 펼친다. 그는 “한국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 한 달 앞서 가족여행을 왔다”고 했다.
보사노바는 그에게 ‘고향 노래’와도 같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나고 자랐고, 10세 때 일본으로 역이민했다. 재즈와 결합해 보사노바를 태동시킨 삼바 리듬을 어릴 때부터 현지에서 접했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브라질 음악 클럽을 운영했다. 오노는 “15세에 처음 기타를 잡았고, 이 클럽에서 종종 노래했다”며 “사시페레레(브라질 설화의 요정)란 이름의 이 클럽은 여동생이 물려받아 도쿄에서 운영 중”이라고 했다. 다양한 이민자의 역사가 존재하는 브라질에 살면서 다른 민족의 언어와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한국의 ‘아리랑’ 등 세계 각지의 민속 노래를 보사노바로 재해석한 앨범 ‘아시아’를 선보이기도 했다.
1994년 6월 보사노바의 거장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과 함께 발표한 앨범 ‘이스페란사’(희망)는 최고 역작으로 꼽힌다. 오노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조빙씨 집에서 피아노 한 대를 두고, 에어컨의 덜덜거리는 소리와 같은 음정으로 협업해서 만든 앨범”이라고 했다. 그해 12월 조빙은 세상을 떠났고, 이 앨범은 그의 유작이 됐다. 오노는 “원래 수록곡 가사 중 ‘난 곧 죽게 될 거야’란 말이 있었는데, 조빙이 ‘난 절대 이걸 노래하고 싶지 않다’며 고쳐 썼다”면서 “그때만 해도 그가 그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고 회상했다.
오노는 보사노바의 첫째 매력으로 “수채화 같은 편안함”을 꼽았다. “보사노바는 힘들 때마다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진정제이자 자장가 같은 역할을 하는 음악이에요. 마음을 털어놓는 최적의 소통 창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