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연’의 등장인물 ‘목격남’은 몇 차례 캐릭터가 변화한다. 배우 박해수가 시청자도 속을 만큼 의뭉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수위 높은 잔인한 장면도 있지만 잘 짜인 스릴러라는 평이 나온다./넷플릭스

‘오징어 게임1’에서 외국인 노동자 ‘알리’를 속여 구슬을 가로채던 엘리트 ‘조상우’. 악인임에도 많은 시청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배우 박해수의 입체적 연기 때문이다. 박해수가 이번엔 ‘3단 변화’ 악인으로 돌아왔다.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6부작 스릴러 ‘악연’에서다. ‘악함’에 냄새가 난다면 쿰쿰한 악취로 가득한 드라마. 8일 현재 7국에서 1위로 넷플릭스 TV쇼 세계 4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 중이다.

◇인과응보 판타지의 쾌감

‘악연’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건 완벽하게 완성되는 인과응보의 서사 때문이다. 악행의 벌이 돌고 돌아 언젠가는 정확히 죄인에게 도착한다. 이에 더해 극 전반에서 활약한 박해수 연기에 호평이 나왔다.

이야기는 도덕성이 바닥에 떨어진 인물들로부터 시작된다. 배우 박해수, 신민아, 이희준, 김성균, 이광수, 공승연, 김남길이 연기한 일곱 인물이 더러운 이야기에 수를 놓는다. 드라마가 설계한 쾌감을 맛보려면 악인들의 전반전을 견뎌야 한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인 청탁한 ‘사채남’(이희준)과 그 살인에 가담한 ‘길룡’(김성균), 교통사고를 낸 뒤 은폐한 ‘안경남’(이광수), 안경남에게 덫을 놓은 ‘유정’(공승연)과 ‘목격남’(박해수)이 거듭 잘못된 선택을 한다.

악행을 되갚는 대신 그로부터 해방되기를 택하는 '주연'(신민아)./넷플릭스

후반부로 가면서 범죄 피해자인 ‘주연’(신민아)과, 주연 대신 심판의 실행자가 될 ‘정민’(김남길)이 등장한다. 서로 얽힌 인물들의 관계가 밝혀지기 시작하고, 곳곳에 깔렸던 반전의 복선이 밝혀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새로운 퍼즐이 나오며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잘 짜인 스릴러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3단 캐릭터 변화 박해수에 호평

모든 인물과 얽히는 ‘목격남’ 역의 박해수는 냄새까지 연기하는 듯했다. 덜떨어진 비굴한 인물에서 의뭉스러운 협박남으로, 마지막엔 영리한 사기꾼으로 극 중 캐릭터가 변화한다. 귀도리(귀를 덮는 방한용품)를 하고 비굴한 표정을 짓는 초반부 연기에선 지질한 냄새가 화면 너머까지 느껴질 정도다. 8일 만난 이일형 감독은 “‘목격남’은 상황에 맞게 계속 변화하는 인물”이라며 “박해수 배우는 가벼운 연기도 할 수 있고 딥(deep)한 얼굴도 있어 인물의 변화를 만드는 데 어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목격남'(박해수)의 여러 얼굴 중 하나./넷플릭스

‘로코(로맨틱 코미디)퀸’ 신민아의 장르물 도전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 감독은 “약간만 손을 대도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주연’은 극 중 유일한 피해자이면서 문제를 내면으로 끌고 들어가는 캐릭터”라며 “악의 고리를 끊어내는 역할인 만큼 결이 다른” 신민아 배우가 적격이었다고 설명했다.

◇감독 “교도소 나오는 작품만 해”

이 감독은 원작인 웹툰을 두 번 본 뒤 각색 과정에선 다시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원작에선 ‘길룡’과 ‘목격남’은 동일 인물이지만, 드라마에선 이 설정이 사라지며 곳곳에서 달라진 점들이 있다. 이 감독은 ‘악연’에서 가장 악함이 잘 드러난 장면으로 배우 이희준이 연기한 ‘사채남’의 장면을 꼽았다. 아버지 살인을 청부해놓고 청부업자가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자 아버지 복수를 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이 감독은 “캐릭터에 완전히 들어간 배우의 애드리브로 나온 장면이었다”며 “현장의 스태프들이 모두 혀를 찼을 정도로 골 때리는 인물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일형 감독

이 감독의 전작은 영화 ‘검사외전’과 ‘리멤버’다. 이 감독은 “세 작품 모두 교도소가 나온다. 패륜 이야기가 나오는 ‘악연’은 70세 넘으신 우리 아버지에게 보라고 못 하겠더라”라며 “다음에는 소소하고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