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인기를 끄는 '호빵맨 몬자야키'. 아사쿠사 맛집 ‘몬자 가토’의 메뉴다. /에노모토 야스타카

한국 친구가 도쿄에 올 때만 먹게 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몬자야키(오코노미야키와 비슷한 부침개)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음식이라서일까, 도쿄의 대표 음식이라고 소문이 나서일까. 일본에 온 한국인들은 “몬자야키를 먹어보고 싶다.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한다. 한국인과 몬자야키를 먹으며 나는 슬쩍 고백한다. “저는 도쿄 토박이지만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몬자야키를 먹어봤어요. 요즘에도 평소에 몬자야키를 먹진 않아요.”

몬자야키는 도쿄 쓰키시마의 과자 가게에서 팔던 아이들용 간식이었다. 물에 밀가루를 푼 반죽을 철판에서 구울 때 재미있게 ‘모지(文字·글자)’를 쓰며 먹었던 것에서 유래해 원래는 ‘모지야키’라고 불렸다. 그러다 ‘몬자야키’로 단어가 변화한 것이다. 1970년대까지 대부분의 과자 가게에서 몬자야키를 팔고,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놀면서 몬자야키를 구워 먹었다고 한다. 1980년대 이후 그런 가게를 보기는 힘들어졌지만, 쓰키시마에서는 몬자야키를 어엿한 요리로 만들어 전문 음식점에서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쓰키시마는 도쿄만의 매립지로 교통편이 썩 좋지는 않다. 다른 동네 주민이 일부러 찾아가는 곳은 아니다. 그래서 몬자야키를 먹어본 적 없는 도쿄 사람이 많은 것이다. 아사쿠사에 몬자야키 전문점이 몇 곳 있긴 하지만, 다른 동네에서는 오코노미야키집의 사이드 메뉴 정도로 나오곤 한다.

토사물을 닮은 비주얼 때문에 식겁하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먹어보면 의외로 맛있다. 참고로 쓰키시마식 몬자야키는 속이 빈 원 형태로 반죽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육수를 넣어 굽는다. 반면 아사쿠사식 몬자야키는 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섞어 반죽해 철판에서 주걱으로 잘게 썰어가며 굽는다. 그래야 양배추의 단맛이 스며든다고 한다. 둘 다 철판 위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게는 아사쿠사의 맛집 ‘몬자 가토’인데, 호빵맨 몬자야키가 인기 메뉴다. 몬자야키 위에 동그란 햄과 검은 소스를 이용해 호빵맨 얼굴을 그려줘 맛도 비주얼도 좋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존 전략을 찾아 살아남은 몬자야키. 알고 먹으면 더 재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