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 가난한 이도 탐욕 앞에 장사는 없었다. K팝 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출연해 화제인 미국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 세 번째 시즌이 최근 종영했다. 탐욕에 좌우되는 인간의 공허함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로 많은 팬을 가진 시리즈. 국내에선 쿠팡플레이로 볼 수 있었다. 방영 채널인 HBO에 따르면, 시즌 3 마지막 8화 시청자는 620만명으로 역대 시즌 중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에미상 다관왕에 올랐던 지난 두 시즌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과 함께 리사에 대해 “최고의 인재 낭비”(영국 가디언)라는 보도도 나왔다.
드라마는 태국 고급 리조트에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시작된다. 숙박객들이 처음 도착한 날로 돌아가 이야기를 되짚으며 사망자를 추리해 나간다. 인간이라면 가질 법한 고뇌를 지닌 인물들이다. 부와 특권 의식에 찌들었지만 조만간 모든 걸 잃게 될 금융맨과 가족, 친구지만 서로 헐뜯고 싶어 하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세 여성, 복수심에 사로잡혀 현재를 잃는 남성 등이다. 이들을 통해 문란하고 자아도취적이며 “풍요로움이 영혼을 빨아들인”(미국 할리우드 리포터)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하루하루 몰락을 향해 나아간다.
리사는 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매력적인 리조트 직원 ‘무크’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자신에게 구애하는 선한 경비원 ‘가이톡’에게 욕망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리사에 대해 “우스울 정도로 할 일이 거의 없었다. A급 K팝 스타가 하기에 중요한 역할이 아니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인지도와 무난한 연기력에 비해 지나치게 평면적인 캐릭터인 데다 분량도 적어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인물들의 이야기에 응집력이 없고 블랙 코미디의 경쾌한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도 BBC 등 영미권 매체에서 나왔다.
하지만 인간을 비천하게 만드는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리조트 풍경 등은 여전히 볼거리다. 호주 ABC 뉴스는 상위 1% 부자의 탐욕적인 모습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 ‘석세션’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 등을 함께 예로 들며 “시청자는 부자가 고통받고 몰락하는 것에 환호하면서도 그들이 누리는 안락함을 갈망한다”고 꼬집었다. ‘화이트 로투스’에도 이런 암시가 빠지지 않는다. 상류층과 달리 도덕적으로 보였던 인물들이 거침없이 ‘영혼’을 파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