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축제는 보통 휴양지형과 도심형으로 나뉜다. 유럽 잘츠부르크나 바이로이트처럼 여름휴가철에 대도시를 떠나서 열리는 페스티벌이 ‘휴양지형’이라면, 영국 런던의 BBC 프롬스가 대표적인 ‘도심형’이다. 한국의 ‘도심형’ 음악제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올해 20회를 맞았다. 올해도 4월 22일부터 5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서울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에서 14차례 실내악 무대가 열린다. 올해 축제 주제도 20회를 자축하는 의미로 ‘20개의 촛불(20 Candles)’이라고 붙였다.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의 비올리스트 김상진(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피아니스트 김영호. /뉴스1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조성진, 노부스 콰르텟·아레테 콰르텟 등 젊은 연주자들의 든든한 디딤돌이 된 것이야말로 이 축제의 공으로 꼽힌다. 20년 동안 빠지지 않고 개근한 비올리스트 김상진 연세대 교수는 14일 “지난 2009년 피아니스트 조성진·비올리스트 이화윤·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까지 젊은 연주자들과 멘델스존의 6중주를 연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6년이 흘렀다. 그만큼 나도 늙은 셈”이라며 웃었다.

기발하고 기지 넘치는 프로그램 구성도 이 음악제의 강점이다. 올해도 축제 20년을 기념해서 연주자 20명이 차례로 한 무대에 오르는 자축 무대(4월 23일), 베토벤·브람스·멘델스존의 작품 번호 20번만 모은 음악회(4월 27일), 지난 20년간 가장 자주 연주된 인기곡 연주회(4월 29일)까지 다양한 기획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150여 년 역사의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야외 음악회도 빼놓을 수 없는 ‘히트 상품’이다. 올해도 4월 26일 오후 4시 고택 음악회가 열린다.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은 “2017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드보르자크 실내악을 연주한 직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에도 같은 곡을 연주했던 기억이 난다. 젊은 연주자들의 눈부신 성장 덕분에 한국에도 실내악의 중요성이 알려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