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유니버설뮤직

“협주곡 세 곡을 연주하는 것과 마라톤 가운데 어떤 게 쉬운지 모르겠네요(웃음).”

음반 16장을 발표한 독주자이자 교육자(연세대 교수), 음악 행정가(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와 실내악단 리더(트리오 오원)까지. 첼리스트 양성원(58)은 말 그대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연주자다. 올해는 첼로 활을 잡은 지 50년 되는 해. 그는 15일 “일곱 살 때까지 피아노를 배우다가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1924~2013)의 1975년 이화여대 독주회를 본 뒤 첼로로 바꿨다. 흔히 ‘좋은 공연은 평생 간다’고 하는데 제 삶이 그런 경우”라고 했다.

양 교수의 아버지는 정경화·김남윤 등을 길러낸 ‘한국 바이올린의 대부’ 양해엽(1929~2021) 전 서울대 교수. 형은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다. ‘바이올린 집안의 첼리스트’인 셈이다. 양 교수는 1980년대 미 인디애나 음악원에서 스타커를 사사했고, 스승 스타커가 전설적 명반을 남긴 헝가리 작곡가 코다이의 첼로 독주곡으로 데뷔 음반을 냈다. 양 교수는 “평생의 아이돌(우상)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저 자신이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자신의 ‘첼로 반세기’에 대해서는 “기쁨과 좌절, 겸손을 주었던 기간, 경청의 중요성을 깨달은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양 교수가 자신의 첼로 50주년을 음반과 공연으로 자축(自祝)한다. 우선 5월 27일 예술의전당에서는 드보르자크·엘가의 첼로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까지 협주곡 세 곡을 연주하는 ‘첼로 마라톤’을 연다. 그는 “작곡가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이 담긴 곡들”이라며 “이 곡들을 연주하면서 제 삶을 돌아보느라 혹시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최근에는 ‘영국의 마지막 낭만주의 작곡가’로 불리는 에드워드 엘가(1857~1934)의 첼로 협주곡과 피아노 5중주를 담은 음반(데카)도 펴냈다. 2022년 영국에서 런던 심포니(지휘 한스 그라프)와 협연한 음반이다. 양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두 번이나 연기된 끝에 가까스로 성사된 녹음이라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시간 배분의 달인’으로 불리지만 “새벽 1시든 아침 6시든 언제든 깨어나서 쌓여 있는 이메일에 답장을 하느라 일에 치여서 사는 인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년 하이든 첼로 협주곡 음반도 이미 녹음을 마친 걸 보면 그 삶이 그리 싫지는 않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