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이뤄진 세계 ‘오버월드’에서 만난 스티브(잭 블랙)와 친구들은 네모난 돼지 ‘피글린’ 군단을 피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반사회적 행동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영화 상영을 방해하는 관객은 퇴장 조치되며, 필요할 경우 경찰이 출동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 영국 곳곳의 영화관에는 이 같은 경고문이 붙었다. 비디오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영화로 만든 ‘마인크래프트 무비’ 때문이다. 지난 4일 북미와 유럽에서 개봉한 영화는 10일 만에 전 세계 매출 5억5000만달러(약 7840억원)를 돌파했다.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에 이어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됐다. 폭발적인 인기에 한국에서도 예정일을 나흘 앞당겨 26일에 개봉하기로 했다.

게임 속 희귀 캐릭터인 ‘치킨 조키’는 영화에도 등장하며 열풍을 일으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마인크래프트 광풍은 “치킨 조키”라는 영화 속 대사가 인기를 끌며 시작됐다. 치킨 조키는 게임에 등장하는 희귀한 캐릭터로 닭 위에 올라탄 아기 좀비를 가리킨다. 영화에서 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순간, 관객이 고함을 지르며 팝콘과 음료를 뿌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 난동 영상을 경쟁하듯 올리면서 일부 관객은 살아있는 닭을 가져오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곳곳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알래스카의 한 극장에선 관객이 직원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까지 출동했다.

영화의 이례적인 흥행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시끄럽고 무례하다” “청소하는 직원이 불쌍하다” 같은 부정적인 댓글이 대다수였으나, 침체했던 극장가에 모처럼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호응도 나왔다.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도 “강력한 팬덤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흥행을 반겼다. 재러드 헤스 감독은 “사람들이 다시 극장을 찾고, 무언가를 함께 보는 즐거움을 되찾았다는 사실이 기쁘다”면서 “다들 그런 경험에 굶주려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09년 출시된 게임 ‘마인크래프트’는 가상 공간에 네모난 블록을 쌓아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종의 ‘디지털 레고’다. 영화는 산과 나무, 동물, 음식까지 온통 네모난 세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 보면 당연히 CG라고 생각하겠지만,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유명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그랜트 메이저가 소품과 세트를 실제로 제작해 게임 속 세계를 실감 나게 구현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무기, 아이템도 영화 곳곳에 숨겨놔 N차 관람하는 팬이 많다.

게임을 몰라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줄거리는 단순하다. 현실에서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던 스티브(잭 블랙)와 개릿(제이슨 모모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오버월드’에서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난다. 게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배우 잭 블랙과 제이슨 모모아는 푸짐한 덩치로 코믹한 액션을 펼친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마인크래프트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던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관람해봐도 좋겠다. 12세 이상 관람 가.

☞마인크래프트

2009년 스웨덴 게임 제작사 모장 스튜디오가 출시한 비디오 게임. 가상공간에 네모난 블록을 쌓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게임으로 ‘디지털 레고’라고도 불린다. 2023년 누적 판매량 3억장을 돌파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