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결혼 피로연'으로 2025 선댄스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AP 연합뉴스

배우 윤여정(77)이 아들의 커밍아웃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윤여정은 18일 미국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신작 영화 ‘결혼 피로연’에 출연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아들에 관해 언급했다.

윤여정은 “내 개인적인 삶은 이 영화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국가다.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혹은 부모에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제 큰아들이 우연히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그 경험을 영화 속 손자와의 대화 장면과 연결시켰다”며 “그 대화는 실제 제 아들과의 대화였기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했다.

영화에서 윤여정은 가짜 결혼을 하려는 손자와 성적 지향에 관해 솔직하게 대화한다. 극 중 동성애자인 손자에게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야”라며 이해해준다.

할리우드 영화 '결혼 피로연'에서 동성애자인 한국계 남자 주인공의 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 /ShivHans Pictures

윤여정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실제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감독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뒤 영화에 넣은 대사라며 “그 말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여정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는 “큰아들이 2000년에 동성애자라고 밝혔다”며 “한국에서는 비밀로 하고, 가족 모두가 뉴욕으로 갔다. 동성혼을 합법화한 그곳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열었다”고 했다. 그는 농담조로 지금은 아들의 동성 배우자인 ‘사위’를 아들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동성애 코드를 담은 영화 ‘결혼 피로연’이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한국이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모르겠다”고 했다.

북미에서 지난 18일 개봉한 ‘결혼 피로연’에서 윤여정은 동성애자인 한국계 남자 주인공의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는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1993년작 ‘결혼 피로연’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결혼하기를 다그치는 집안의 성화로 위장결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원작은 대만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였지만,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루 안이 연출하면서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윤여정은 1975년 미국에서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고, 1987년 이혼한 뒤 홀로 아들들을 키웠다. 윤여정은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오스카상)을 받았을 때 “두 아들이 항상 내게 일하러 가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며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