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박주성.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극장(빈 슈타츠오퍼)은 작곡가 겸 지휘자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지휘자 카라얀과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이 거쳐간 유럽 최고의 명문이다. 지금도 오페라와 발레 공연만 매년 270여 회씩 열리는 ‘불이 꺼지지 않는 극장’이다. 이 극장의 한국인 전속 가수가 바리톤 박주성(32)씨다. 지난 2021년 이 극장의 젊은 성악가 양성 프로그램인 ‘영 아티스트’로 선정된 뒤 지금까지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올해 마포아트센터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그는 지난 18일 방한 인터뷰에서 “저 자신은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대학도 삼수 끝에 들어갔고, 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노래를 포기할까 고민이 많았고, 콩쿠르 경력도 화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국제 콩쿠르 우승 경력은 없다. 인문계 고교 1학년 때 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성악의 꿈을 키운 그는 연세대 음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9월 빈 국립 음대 석사 과정을 뒤늦게 마쳤다.

한국 성악계에서는 ‘미운 오리 새끼’에 가까웠던 셈이지만, 유럽 오페라의 수도인 빈에서 ‘백조’로 거듭난 이유가 있다. 그는 “유럽에는 동양인 성악가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있다. ‘외국어 발음과 연기가 약하고 자기들끼리 몰려다닌다’는 것인데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애썼다”고 했다. 특히 독일어·이탈리아어 오페라와 가곡의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했다. 지금까지 빈 오페라극장 무대에만 100여 차례 섰다. 그는 “빈처럼 많은 오페라를 공연하는 극장에서는 1~2주 안에 리허설을 마치고 곧바로 무대에 서는 경우도 많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배역을 익히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마포아트센터 상주 음악가인 그는 23일 이 극장에서 국내 첫 독창회를 갖는다. 국내 공연장에서 기악 연주자가 아니라 성악가를 상주 연주자로 선정한 것도 이례적이다. 8월 22일 야외 공연, 12월 6일 두 번째 리사이틀도 마련되어 있다. 11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에서 신작 오페라 ‘서유기(Monkey King)’의 부처 역을 맡을 예정이다. 활동 무대를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넓히는 셈이다. 그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는 성악가, 유연한 성악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