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종묘 정전 수리는 1991년 이후 30년 만에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 공사다. 공사에는 5년간 약 200억원이 투입됐다. 핵심은 기와. 지붕에 있는 공장제 기와를 모두 수제 기와로 교체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기존에 지붕 앞쪽에는 공장제 기와, 뒤쪽에 수제 기와를 얹어 하중이 한쪽으로 쏠렸던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수제 기와 약 7만장을 만들어 교체했다”고 했다.
기와 제작은 국가무형유산 제와장 김창대 보유자가 주도했고, 지붕 기와를 이는 작업은 국가무형유산 번와장 이근복 보유자와 이주영 전승교육사 부자(父子)가 맡았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존 공장제 기와는 무게가 약 9㎏인데, 수제 기와는 6㎏으로 약 33% 가벼워졌고, 색상도 인위적이지 않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김창대 제와장은 “종묘 정전 기와는 궁궐 기와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며 “가마 내부 온도가 1000~1100도까지 올라가는데 36시간 가까이 잠도 못 자고 불을 땐다. 어림잡아 200번 이상 불을 땐 것 같다”고 말했다.
정전 앞에 깔려 있던 시멘트 모르타르는 걷어내고 수제 전돌(벽돌 모양으로 구운 흙)을 깔았다. 전통 소재를 이용한 기법으로 외부 단청도 칠했다. 최자형 궁능유적본부 사무관은 “종묘 정전은 화려한 궁궐 단청에 비해 색이 없어 보이지만, 기둥과 벽면 처마부 등에 무늬 없이 갈색, 초록색 단청이 칠해져 있다”며 “뇌록(초록색 암석으로 만든 안료)과 석간주(붉은 산화철이 포함된 흙을 원료로 만드는 안료) 등 전통 소재를 이용했다”고 했다. 정전을 받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인 월대의 석축도 일부 보수했다.
공사 과정에서 영조 대에 정전을 증축하면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량문을 찾는 수확도 거뒀다. 상량문은 목조건물을 짓거나 고칠 때 최상부 부재인 종도리(마룻도리)를 올리고 제의를 지내면서 쓴 글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지난 2023년 4월 19일 목부재 해체 중에 정전 11실 종도리 하부에서 상량문이 발견됐다”며 “1726년 영조 대 증축하면서 제작된 ‘종묘개수도감의궤’에 기록된 내용과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