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일본에서 ‘오토시(お通し)’를 드셔 보셨을까. 일본에서 일식집이나 이자카야에 가면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전에, 사람 수만큼 술안주 같은 간단한 요리가 나오곤 한다. 이것을 ‘오토시’라고 하고, 오사카 등 서쪽 지방에서는 ‘쓰키다시(突き出し)’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격은 1인당 300~500엔 정도로 일종의 자릿세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술이나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까지 손님이 공복인 채 기다리지 않도록 가벼운 요리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 손님은 시키지 않았는데도 비용이 청구되어 당황하거나,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실망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인은 한식의 푸짐한 밑반찬에 익숙하기 때문에, 돈을 내고 오토시를 먹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럼 오토시는 거절할 수 있는 걸까? 가게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자릿세의 의미도 있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오토시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오토시를 주지 않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쿄 신주쿠 골든가이(이자카야가 많은 골목)에서는 오토시를 없애는 대신 술값을 올린 가게가 나왔다. 일본 최대 규모의 요식업 체인인 와타미 그룹은 일부 매장에서 오토시를 없애고 주문하면 바로 나오는 안주류를 뜻하는 ‘스피드 메뉴’를 확대했다. 결국 오토시 값을 술값이나 다른 유료 메뉴에 반영한 것이다.
필자는 오토시가 사라지는 추세가 아쉽다. 오토시는 그 가게가 자신 있는 요리를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믿고 맡기는 ‘오마카세’(주방장이 알아서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 방식) 문화와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 한국인 친구와 식사를 할 때였는데, 오토시가 너무 맛있어서 “돈을 내더라도 더 먹고 싶다. 리필이 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오토시는 보통 주는 만큼만 먹기 때문에 리필이라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긴 그렇다.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오토시는 종종 있다. 혹시 일본에서 오토시가 나온다면 이것도 일본의 식문화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맛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