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를 통해 21일 공개된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펭귄의 비밀’. 흡사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펭귄 버전이다. ‘금명’처럼 안쓰러운 아기 펭귄도 있고 ‘관식’ ‘애순’처럼 애쓰는 부모의 모습도 있다. 높은 얼음 절벽에서 청년 펭귄이 결단을 내리는 장면은 영화만큼이나 극적이다.

'펭귄의 비밀'의 황제펭귄 부부. 다큐멘터리지만 영화 같은 순간들이 돋보인다./내셔널지오그래픽

이 연출은 영화 ‘아바타’ 시리즈 등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솜씨다. 2년에 걸쳐 촬영된 수백 시간의 영상에서 솜씨 좋게 ‘주인공’들을 찾고 몰입감을 높일 효과들을 더해 완성했다. 다큐멘터리 속 “영화적 마법”은 외신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에미상 수상자인 버티 그레고리 촬영 감독은 “제임스는 놀라운 스토리텔러”라며 “대중문화를 다큐멘터리와 결합하는 건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일 기회”라고 미 매체 버라이어티에 언급했다. 다큐멘터리를 즐기지 않는 시청자에게도 마치 단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처럼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펭귄의 비밀’은 남극 빙붕, 갈라파고스 제도, 나미비아 사막 동굴 등 다양한 펭귄 서식지에서 촬영됐다. 펭귄 생태의 희귀한 장면들과, 펭귄 숨결까지 느껴지는 듯한 최첨단 촬영 기술들이 돋보인다. 하지만 펭귄 생태에 무관심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는 데엔 스토리텔링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3부작 가운데 남극의 황제펭귄을 다룬 1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몸집이 일반 새끼 펭귄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안쓰러운 ‘꼬맹이’ 펭귄의 생존기와 알을 낳기 전 얼음 덩어리를 가지고 알을 넘겨받는 연습까지 하는 부모 펭귄의 모습 등이 짠하게 그려진다. 담백한 연출로 픽션보다 더한 감동을 준다.

펭귄의 성장 여정을 극적으로 보여준 '펭귄의 비밀'의 한 장면./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속 스토리텔링에는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왜곡한다는 우려 역시 따라온다. 캐머런 감독도 이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매체에 “그들도 우리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며 “인간적인 이야기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주제를 지나치게 의인화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어린 시절 느꼈던 경이로움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약간의 영화적 마법이라면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펭귄의 비밀’은 ‘비밀’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고래, 코끼리, 문어를 다룬 전작도 있다. 한 편당 50분으로 속도감 있고, 다큐멘터리에 빠지지 않는 자연 파괴에 대한 ‘훈계’가 노골적이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경고 대신 스토리텔링을 통해 인간과 다른 종에 대한 애정을 샘솟게 한다.

솜털이 보송한 아기 펭귄./내셔널지오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