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이 전자책을 들고 다닌다. 많은 분량의 책이 한 손에 잡힐 만큼 작은 리더기에 담겨 무게 부담도 없고, 내가 찾고 싶은 부분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닐 필요 없이 검색 기능을 통해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책을 읽다가 무언가를 적고 싶을 때면 언제든 리더기에 끄적였다가 흔적 없이 지울 수 있는 것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전자책이 좀 불편하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전자책 리더기를 추천하며 시대의 흐름을 좇으라 말하지만 종이책이 편하다. 전자책을 사용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자책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했던 때가 있는데,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작가가 써 내려간 문장들과 내가 일대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에 누군가 끼어 있는 듯한 알 수 없는 ‘이물감’이었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내가 책을 손에 쥐고 읽어서인지 어떤 내용이 책 어디 부분쯤에 있는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물론 전자책은 검색하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내용은 생각이 나는데 정확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 전자책에서 해당 부분을 찾기란 곤란하다. 또한 전자책은 내가 책 전체에서 대충 어느 지점을 읽고 있는지 물리적인 감을 주지 못했다. 숫자로는 몇 쪽 중에서 몇 쪽을 읽고 있다고 알려주긴 하지만 책이 가지고 있는 그 덩어리로서 무게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책은 읽거나 보는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의 오감과 관련돼 있다. 책 한 장 한 장이 바스락거리며 넘어가는 소리, 종이에서 나는 아늑한 냄새, 책장을 넘길 때 손끝에 전해지는 그 오돌도돌한 종이의 질감이 그러하다. 물론 맛도 난다. 나는 이것을 ‘종이 맛’이라 부르곤 하는데, 아마 이게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코밑에 대고 책장을 주르륵 넘겨보면 마치 잘 구운 빵이 그러하듯 종이 한 조각 한 조각이 주는 그윽한 맛이 있다. 마음에 새기고 싶은 구절이 쓰인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어 글자를 꼭꼭 씹어 음미해가며 책을 소화시키는 바로 그 맛이다. 그 맛에 길든 나는 아마도 종이책을 저버리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