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서경 작가(1977~2025). 사진: 김영훈. /국제갤러리

현대미술가 강서경(48)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가 27일 별세했다.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영국 왕립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조각, 설치, 음악, 영상, 퍼포먼스까지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해왔다.

조선시대 악보인 정간보 기호에서 착안한 ‘정(井)’, 조선시대 1인 궁중무용 ‘춘앵무’의 무대가 되는 화문석에서 떠올린 ‘자리’ 연작 등이 대표작이다. 고인이 전속 작가로 활동했던 국제갤러리는 “작가의 예술적 헌신과 여정을 기리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작가의 유족은 국제갤러리를 통해 “강서경은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서 우리가 꼭 간직해야 할 ‘아시아적 가치’를 맑은 영혼으로 지켜내고 이를 예술로 승화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2023년 리움미술관 개인전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강서경 작가. /허윤희 기자

2019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됐고, 2016년과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다. 2018년 아트바젤에서 ‘발로아즈 예술상’을 받았다. 암투병 중이던 2023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이 생전 마지막 전시가 됐다. 리움이 한국 생존 작가의 개인전을 연 것은 서도호, 양혜규, 김범에 이어 네 번째였다. 그만큼 국내외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작가였다. 당시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작가는 “출산과 암 투병이 겹쳐지면서 예전엔 거대한 추상의 덩어리로 느껴졌던 산이 어느 순간 제 옆에 살포시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며 “투병을 하면서 미술은 결국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30일 오전 8시20분.